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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분류

14화

본문

괴담을 해결한 후 다음 날인 토요일.

 

항상 집에만 있던 지선이 오늘은 외출 준비를 하고 있다.

 

 

지선아! 너 설마... 밖에 나갈려는 거야?!”

 

... 내가 나가는데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 왜 그렇게 호들갑이야

 

아니 그런건 아니고, 혹시 누구 만나?”

 

아니 오랜만에 혼... 시내에 갈려고

 

 

지선은 친구가 없긴 하지만 주말에 집에만 박혀있는 집순이는 아니다.

 

가끔 혼자서 영화관에 가기도 하고 책을 사기 위해 서점을 가며, 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아니 난 네가 집에만 박혀 있을 줄 알았지...”

 

“...... 뭘 보고 그렇게 생각한거지?”

 

 

섬뜩한 눈빛으로 다정을 바라보는 지선.

 

 

아냐 아냐, 그냥 내 착각이야 하하하 그럼 오늘은 나가서 뭐 할거야?”

 

뭐 책 좀 살려고

 

? 책은 집에서 살 수 있잖아

 

후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집에서 사면 물론 편하고 운이 좋다면 좀 더 싸게 살 수 있지,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사면 서점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을 영영 모를 걸?”

 

? 그게 뭔데?”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책 냄새, 매력적인 표지로 나를 유혹하는 수십 권의 책들에게 둘러싸인 그 느낌, 인터넷으로만 사는 사람들은 절대 느끼지 못하지

 

...그래...”

 

 

친구가 없는 이유를 왠지 알 것 같다.

 

그래도 모든 사람 앞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고 편한 사이의 사람에게만, 그것도 관심있는 분야에서만 저러니 천만다행이다.

 

지선은 옷장을 열어 입고 나갈 옷을 골랐다.

 

아니 골랐다라는 표현이 잘못된 게 지선의 옷장안에는 교복과 잠옷을 제외하고 상하의를 모두 합쳐 5벌 밖에 옷이 없었다.

 

 

..지선아... 설마 옷이 이게 끝은 아니지?”

 

이게 끝인데? 뭐 더 필요 있나?”

 

“....”

 

 

지선의 옷장을 보고 충격을 받은 다정은 다시 한 번 지선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친구 없이 지내고 혼자서 시내를 돌아다녔다해도 한창 꾸밀 나이의 여학생, 그런데 있는 것이라고 편한 운동복 상하의 1세트, 청바지 한 벌, 여름 겨울용 상의 한 벌 씩.

 

다정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 무슨 문제 있어?”

 

지선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뭐야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지금 소리 안지르게 생겼어? 아무리 그래도 옷이 너무 없잖아

 

뭐야 그거 때문에 그런거야? 옷이 없긴 왜 없어 여기 계절용으로 하나씩 그리고 바지도 있고 집 앞 편의점가기 좋은 츄리닝도 있네

 

... 그 옷들로 얼마나 버틸 수 있다 생각해?”

 

얼마나 버티긴, 몇 년은 입을 수 있겠네

 

아니, 매일 같은 옷을 입을 순 없잖아!”

 

매일 입기는, 평일에는 교복만 입고 주말에 나가는 것도 엄청 가끔 나가는거라 딱히 상관 없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상황이나 장소에 따라 옷을 다르게 입어야지!”

 

상황이나 장소? 무슨 상황이나 장소?”

 

 

지선의 말에 다정은 할 말을 잃었다.

 

이것이 몇 년간 친구 없이 지내온 사람의 이해할 수 없는 마인드.

 

하지만 지선의 입장으로 봤을 때는 아무 문제 없는 것이 당연한 게, 옷은 누구를 만냐나 어디에 가냐에 따라 맞춰야 하지만, 지선이 살아온 인생 중 특별히 누구를 만난 적도 어디에 간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선은 아무 말 없는 다정을 뒤로 한 채 고른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지선을 다정은 다급하게 말렸다.

 

 

그 손 멈춰!”

 

뭐야... 아까부터 왜 그러는데?”

 

너 설마 그 옷 입고 시내에 갈려는 거야?”

 

이 옷이 어때서?”

 

 

다정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낡은 검은색 츄리닝이였다.

 

언제부터인가 키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아 새 옷을 살 필요가 없어져 어렸을 때 입은 츄리닝을 아직도 입고 있는 상황.

 

그런데 그 낡은 검은색 츄리닝을 입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으로 간다는 사실을 다정은 받아 드릴 수 없었다.

 

 

너 안되겠어, 오늘은 책 말고 옷 사러 가자

 

옷은 무슨 옷이야, 이 정도면 됬지

 

, 친구 사귀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한 거야?”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옷이랑 친구 사귀는게 무슨 상관인데?”

 

그래 옷 때문에 친구를 사귈 수 있냐 없냐는 오버이긴 하겠지, 그런데! 예쁘게 입고 나가면 더 쉬워지지! 만약 그렇게 입고 나갔는데 같은 반 친구 만나면 어쩌게!”

 

에이 다른 애들은 나 알아보지도 못한는데

 

...!!!”

 

...알았어 이거 말고 다른 거 입을게

 

 

지선은 다정의 말에 할 수 없이 낡은 츄리닝을 집어 넣고 청바지와 겨울 옷을 꺼내 입고 밖으로 나갔다.

 

날씨가 많이 추운건 아니지만 지선이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4월 말에 겨울 옷을 입어도 덥지는 않았다.

 

버스를 타고 약 20분 정도 가니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내에 도착했다.

 

원래 지선의 계획대로라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서점에 들려 책을 사는 것이였지만.

 

현재 지선은 강제로 옷가게에 들려 쇼핑을 하고 있다.

 

 

아니 난 괜찮다니까

 

내가 안 괜찮아, 각오해 지금까지 못 산만큼 오늘 다 살거니까

 

아니 얼마나 살려고...”

 

돈 넉넉해?”

 

그렇긴한데 부모님이 뭐라 하시면

 

걱정 마, 내가 봤을 때 너희 부모님 뭐라 하시기 보다 오히려 좋아하실 걸?”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런게 있어, 자 이거 입어 봐

 

 

다정은 지선의 의견 따위 무시한 채 옷을 고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정은 누구와는 다르게 눈치가 있는 편이라 옷을 사도 혼내시지 않을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혼자서 지내는 딸이 걱정되어 학생이 쓰기 힘든 만큼의 용돈을 매달 받아 쌓인 상황.

 

자금도 넉넉하니 다정은 괜찮은 옷이 보이면 모두 지선에게 입어보라 권유했다.

 

 

자 이번엔 치마랑 같이 입어 봐

 

싫어, 나 치마 안 입어

 

안 입기는 교복 치마는 입으면서, 자 이제부터라도 입어

 

 

다정의 등쌀에 떠밀려 강제로 치마를 입게 된 지선.

 

지선은 딱히 옷에 관심은 없지만 다정의 말대로 옷이 너무 없는 거 같아 지금 당장은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고 있다.

 

잠시 후 다정이 다른 옷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지선이 옷을 갈아입은 후 탈의실에서 나왔다.

 

 

우와! 지선아 너 엄청 예쁘다!!”

 

예쁘긴, ...무슨

 

 

외모를 가꾸는데 관심이 없지만 예쁘다는 칭찬을 듣자 순간 지선의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둘의 반강제 쇼핑은 이제 시작이다.

 

쇼핑의 기본은 효율성, 다정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지선이 옷을 갈아 입을 때 다른 옷들을 미리 봐두고, 그것마저 부족해 신발이나 악세서리까지 골랐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그만 이제 힘들어

 

음 아직 부족하긴 한데, 할 수 없지 부족한 건 다음에 사자

 

뭘 얼마나 살려는 거야

 

어허 이제 봄, 여름용 옷만 산거라고

 

 

옷이 너무 많아 갈아 입기만 했는데도 지선의 체력이 벌써 다 했다.

 

게다가 다음을 기약하는 다정의 말, 지선에게는 그저 살인예고로 들릴 뿐이였다.

 

수 많은 후보 옷들 중 최대한 간추려 남은 것은 상의 8, 하의 4, 신발 3켤레, 귀걸이와 팔찌 하나씩.

 

이것도 그마저 지선이 최대한 줄인 것.

 

누가보면 재벌이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줄 알겠다.

 

직원은 산더미처럼 쌓인 옷들과 신발, 악세서리 등을 계산하며 지선을 경계했다.

 

그도 그럴것이 한참 전부터 혼자서 누군가와 대화하며, 보이지도 않는 사람에게 갈아입은 옷을 보여주고 있으니, 당연히 미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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