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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분류

6화

본문

지선은 오랜만에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차 조심하고

 

 

왜인지 다정도 지선의 부모님께 인사를 했다.

 

누가 보면 고등학생인 언니와 중학생인 동생이 등교하는 것처럼 보인다.

 

 

야 넌 왜 인사하는 거야

 

... 예의상?”

 

어차피 우리 부모님은 너 보지도 못하는데

 

에이... 그래도 좋지 않아? 자매나 엄청 친한 친구 같잖아

 

자매라면 설마... 내가 너보다 작으니 동생이란 거야?”

 

...그런가?”

 

야 너 이리 와봐

 

..아냐 미안해, 지선아!!”

 

 

어차피 지선에게 잡히지도 않는 몸이지만 다정은 필사적으로 도망갔다.

 

가끔 보면 자신이 귀신인 것을 까먹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한 참을 뛰니 학교에 도착했다.

 

 

*****

 

 

지선은 교실에 도착해 평소처럼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우고 다정은 다른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몰래 엿듣고는 했다.

 

사람이었을 때는 남의 이야기를 엿듣거나 하지 않았지만 귀신이 되니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고, 그 한 명도 자신을 상대해주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곤 했다.

 

물론 자신이 들은 이야기는 지선에게 말하지 않았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잠시 후 조례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며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지선이 있는 반의 담임을 맡은 이서아 선생님, 젊고 예뻐서 선생님들이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인기다.

 

담임선생님이 반에 들어오니 학생들이 밝게 인사하며 맞이해주었다.

 

 

쌤 안녕하세요~~”

 

안녕~ 좋은 아침~”

 

쌤 예뻐요~~”

 

그래 고마워~”

 

 

역시 인기에 걸맞게 아침부터 칭찬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 중 예쁘다는 칭찬이 대부분, 그리고 그 칭찬은 반에 꼭 있는 말썽을 자주 부리는 남학생들이 주로 했다.

 

 

자 얘들아~ 조용하고, 우리 학기 시작한지 꽤 됐잖아? 그래서 다음 주 월요일에 반장을 뽑을 거야, 그러니 반장을 하고 싶은 친구는 오늘 종례 전까지 선생님한테 말해주고 월요일 당일에 공약 듣고 투표할 테니 연설 준비하기 알겠지?”

 

~”

 

그리고 우리 반장 정해지기 전까지 임시 반장 있어야 하는데 하고 싶은 사람?”

 

쌤 저 할래요!”

 

 

선생님의 질문에 말썽을 자주 부리는 남학생이 손을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안된다며 선생님을 말리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들의 흔한 모습이지만 지선은 그곳에 낄 수 없었다.

 

 

쌤 안돼요, 쟤 시키면 무슨 짓 할지 몰라요

 

야 아냐 잘 할 수 있어

 

쌤 차라리 태현이 임시 반장해요

 

맞아요

 

태현이? 태현아 네 생각은 어때? 애들은 너 추천하는데

 

 

한 남학생의 임시 반장을 걸고 치러지는 공방전 중 학생 몇몇이 태현을 임시 반장으로 추천했다.

 

다들 태현과 같은 중학교를 나와 학교생활이나 성격을 잘 알고 있어 추천을 한 것이다.

 

 

상관없어요, 근데 저기 저보다 더 하고 싶어 하는 애가 있는데, 공평하게 기회를 줘야하지 않을까요?”

 

태현은 자신보다 하고 싶어 하는 친구를 추천 했다.

 

 

그래 그럼,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잠깐 동안만 하는 것이니 선생님은 간단하게 가위바위보로 정하자고 했다.

 

임시 반장을 하고 싶어 하는 남학생에게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못했다.

 

 

야 넌, 반장 하면 안되겠다.”

 

 

가위바위보를 지니 옆에 있던 친구가 놀리기 시작했다.

 

 

자 그러면 태현이가 임시 반장이지?”

 

 

아 그리고 동아리도 정해야 하는데, 여기 프린트에 어떤 동아리 있는지 적혀 있으니 밑에 자기 반, 번호, 이름, 들어가고 싶은 동아리 적어서 태현이한테 제출하자

 

~”

 

자 이제 인사하고 1교시 준비하자, 태현이가 경례하면 수고하세요 하는 거야

 

~”

 

차렷, 경례

 

수고하세요~~”

 

 

선생님이 교실에서 나가자 학생들은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어떤 동아리에 들어갈 건지 이야기 하고 있었다.

 

물론 지선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친구가 없어 혼자 고민할 뻔 했지만, 지선에겐 다정이 있었다.

 

지선아 넌 어떤 동아리에 들어갈 거야?”

 

잠시만...”

 

 

리스트에는 여러 동아리가 적혀 있었다.

 

축구, 영화, 영어, 요리 등 다양하게 있었지만 지선의 맘에 드는 건 없었다.

 

 

지선아 이건 어때? 요리 동아리, 요즘 요리 배우기 시작했으니 좋은거 같은데?

아니면 영화는? 너 영화 많이 봐서 다른 애들이랑 영화 얘기하면 금방 친해질 거 같은데

 

난 이미 정했어, 도서 동아리

 

도서라 음... 잘 어울리는데?”

 

잘 어울리다니, 무슨 뜻이야?”

 

? 아냐 아무 뜻 없어

 

 

왜인지 다정은 오늘은 아침부터 지선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다.

 

 

자 이제 태현이한테 내러가자, 그리고 내러가면서 다른 말도 해보고 친해지는 거야 응?”

 

시끄러워

 

 

지선은 동아리 신청서를 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다 다른 학생과 부딪혀 신청서를 떨어뜨렸다.

 

 

앗 미..미안

 

 

지선은 다급하게 사과를 하고 바닥에 떨어뜨린 신청서를 찾기 시작했다.

 

 

자 이거, 저번에도 그렇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네

 

? 무슨?”

 

 

지선과 부딪힌 학생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태현이었다.

 

 

어 이거 동아리 신청서네, 지금 내려고 했던 거야?”

 

..어 맞아..”

 

지선아 침착하게 긴장할 거 없어 그냥 평범하게 말하면 돼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 지선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런 지선을 다정이 응원하기 시작했다.

 

 

도서부네 책 좋아하나 봐?”

 

응 조..조금

 

그렇구나

 

지선아! 빨리 무슨 동아리 들어갈 건지 물어 봐

 

으응? 내가?”

 

! 빨리!”

 

 

다정은 기회를 보고 대화를 이어가게 만들려 했다.

 

 

? 저 누구랑 대화하는 거야?”

 

..아냐 저 어떤 동아리 들어갈 거야?”

 

난 축구, 축구 좋아 하거든

 

그래, 그렇구나

 

 

대화가 끊길려는 느낌이 들자 다정은 지선에게 오더를 내렸다.

 

 

이번엔 반장 할 건지 물어 봐

 

저 반장 할 거야?”

 

음 생각 해봐야겠어

 

그렇구나 하하

 

 

지선의 말에 어색함이 넘쳐흐른다.

 

 

야 한태현, 매점 가자!”

 

알았어! 난 친구가 불러서 갈게

 

..응 잘 가

 

 

다행이 귀신을 본 다는 것을 들키지 않고 대화를 끝냈다.

 

 

잘했어! 김지선!”

 

야 너 갑자기 그런 거 시키자 마!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대화 해보겠어, 잘못하다 졸업 할 때까지 말도 못 걸면 난 영원히 귀신으로 살아야 한다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

 

 

어디서 온지 모르는 지선의 자신감, 다정의 마음속에는 근심만이 가득했다.

 

 

나도 널 믿고 싶지만, 다른 사람이랑 한 번도 대화 해본 적 없는데 어떻게 믿어...’

 

 

태현이 나가고 다른 학생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 지선은 다급하게 자신의 자리에 앉아 엎드린 채로 다정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근데 친구는 어떻게 만드는 거야?”

 

 

친구 없이 지내온 사람의 어려운 질문.

친구라는 것은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지선에게 있어서 그런 자연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게 문제.

 

게다가 친구 만들기를 수학 문제 대하듯 정해진 답처럼 생각하고 있다.

 

이런 지선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정은 최대한 쉽게 설명을 했다.

 

 

... 그냥 어쩌다 대화를 하다보면 잘 맞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거지, 그러니 대화를 하는 게 가장 기본이 되는 거야

 

대화라... 난 걔들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데?”

 

대화를 한 번도 안 해보고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 아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그러면 네가 마음에 드는 사람하고만 만나게?”

 

... 그건 아닌데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가서 말을 걸고, 취미 같은 걸 물어 보면서 친해지는 거야,

그렇다고 좋아하는 게 비슷한 사람만 친구가 되는 게 아니라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지, 원래 친구든 애인이든 찾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에게 맞춰가는 거라고

 

뭔가... 쉽지 않네

 

 

다정의 말을 들은 지선은 벌써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말을 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떤 대화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대화를 이어 나가는지부터 배우는 게 우선이다.

 

딱히 배울 게 있나 싶지만 지선에겐 학교 공부 보다 더 필요한 것이다.

 

 

*****

 

 

어느덧 시간이 지나 7교시가 끝이 났다.

 

오늘도 변함없이 둘은 여자 귀신의 한을 풀기 위해 그 남자가 산다는 동네로 향했다.

 

둘은 곧장 남자가 자주 보였던, 음식점과 카페 근처에서 기다리며 남자와 남자의 차를 찾고 있었다.

 

다행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남자를 찾을 수 있었다.

 

오늘도 여자 친구와의 데이트를 즐기고 있지만 어제 봤던 여자가 아닌 다른 여자와 팔짱을 끼고 있다.

 

다정은 행복해 보이는 여자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선아 여자 친구 분 불쌍하지 않아? 지금 팔짱 끼고 있는 남자가 바람 피는 것도 모르고 저렇게 행복해 하다니

 

그런가? 그냥 끼리끼리 노는 거처럼 보이는데?”

 

 

지선은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났다.

 

물론 다른 사람이며 대화 한 번 해본 적 없지만 그때 일을 생각하면 기분이 나빠졌다.

 

 

진짜 저 남자 쓰레기다. 어떻게 좋아 하는 사람을 두고 바람을 필 수가 있지?”

 

사실은 좋아하는 게 아닐 수도 있지, 여자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 했다거나

 

돈 때문에 감정을 팔아!? 그냥 내가 확 어떻게 해버려?”

 

진정해, 과몰입 하지 말라고, 어차피 저 남자 집이 어딘지만 알아내면 그 여자 귀신이 알아서 처리 할 거야, 물론 저 남자가 맞는다면

 

? 그게 무슨 소리야? 저 남자가 아니란 거야?”

 

모르지, 저 남자가 우리가 찾던 사람이 아니라, 우리가 어쩌다 발견한 다른, 바람 피우는 사람일 수도 있고

 

 

지선의 말을 들은 다정은 충격에 빠졌다.

 

생각해 보면 지선의 생각이 옳다.

 

저 남자가 자신들이 찾는 남자라는 결정적인 단서도 없고, 그저 바람 피우는 이유 하나만으로 계속 쫓아다닌 거니, 만약 저 남자가 아니라면 지금껏 했던 일이 원점으로 돌아 갈 수도 있다.

 

지선은 남자가 잠시 여자 친구를 차에 먼저 태우고 편의점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쫓아가기로 했다.

 

 

, 정신 차려 쫓아가야지

 

“...”

 

 

둘은 편의점에 들어가지 않고 편의점 바로 옆 차 뒤에 숨어 남자를 지켜보았다.

 

 

오늘도 택시로 따라 갈 거야?”

 

안돼, 오늘은 부모님이 집에 계셔서 빨리 가야해

 

 

둘은 대화를 하다 남자가 편의점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몸을 숨겼다.

 

다행이 남자는 지선을 보지 못하고 차에 타 출발했다.

 

그런데 차가 있던 자리에 갈색 장지갑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어 이건...”

 

 

과연 이 지갑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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