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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분류

12화

본문

싸움이 끝난 후 시간은 흘러 한 밤중이 되었다.

 

키르만은 몸에 붕대를 두른채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셨습니까? 몸은 어떠십니까?”

 

 

키르만이 몸을 일으키자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그를 지켜보던 강혁이 몸 상태가 어떤지 물었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이 아닌 그냥 예의상 하는 말.

 

 

아직 늑골이 아프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그런데 계속 옆에 계셨던 겁니까?”

 

... 그리 오래있지는 않았습니다.”

 

어째서죠?”

 

 

예상 외의 질문.

 

보통은 병상에서 일어나 누군가 옆에 있어줬다면, 걱정이나 간호를 해줬다고 생각해 이유를 묻지는 않는다.

 

물론 강혁은 간호가 아닌 퀘스트를 위해서 기다렸지만, 솔직하게 말해도 좋은 것은 없기에 대충 둘러댔다.

 

 

그냥... 저 때문에 사람이 죽으면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제가 싸우자고 했으니 책임은 져야죠.”

 

 

마음에도 없는 말, 하지만 키르만은 이런 빈 말이 강혁의 진심인 줄 알고 무릎을 꿇은 후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저 때문에 다치셨는데 감사하다라...”

 

싸움을 받아들인 것은 제 선택입니다, 그리고 저를 치료해주셨는데 기사가 은인을 그냥 두다니... 감사를 표하지 않는 것과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기사도의 어긋나는 행동이죠.”

 

“... 융통성이 없다고 해야하나, 일관성 있다고 해야하나.”

 

?”

 

그냥 키르만씨를 보면 왠지 모르게 조금은 다른 저를 보는거 같습니다.”

 

 

강혁은 원칙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항상 딱딱하게 구는 키르만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원래 살던 세계에서 일에만 매달려 사는 자신을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하고.

 

 

강혁...씨라고 하셨습니까?”

 

.”

 

하나만 묻겠습니다, 아까 저와 싸울 때... 처음보는 전투 방식이였는데, 어디서 오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어디서 왔냐라... 왜 그러시죠?”

 

어떻게 알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강혁씨의 말대로 저는 한 때 기사였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저는 저희 가문의 촉망 받는 장남으로써 왕실 근위대장까지 올라갔었죠.”

 

... 소문인 줄 알았는데 사실이였군요, 계속하시죠.”

 

한 때 실력으로 근위대장의 칭호를 얻어 작지만 수 많은 전투에 참여했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수 많은 강자들을 만나 그들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무기술, 무술, 기마술, 지휘 등 닥치는 대로 배웠죠, 그런데 강혁씨가 사용하는 전투 방식은 제가 배운 것들 중 무엇 하나 비슷한게 없었습니다.”

 

... 전투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궁금하기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저도 알려드리고 싶지만 설명하기가 힘들군요, 그냥... 당신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앞으로 갈 일도 없는 곳에서 왔다는 것만 알고 계시죠.”

 

알려주시기 번거로우시다면 더 이상 묻지 않겠습니다, 대신 그 무술을 저에게 알려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무릎을 꿇은 채로 정중히 부탁하는 키르만.

 

강혁은 처음보는 키르만의 빛나는 눈을 보고 옛 생각이 떠올랐다.

 

 

나도 게임을 처음 접하고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저런 눈빛이였겠지.’

 

 

좋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말입니까?”

 

, 제가 묻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안타깝게도 가문이 몰락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 원인이 어떤건지 자세히 아십니까?”

 

“....진지하게 물으시는 겁니까?”

 

 

가문의 몰락, 그에 대해 묻는 것은 아픈 곳을 찌르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퀘스트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을 뿐더러, 솔직히 강혁은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있다.

 

 

혹시 이런 일로 제가 장난 칠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아닙니다 하아.... 사실 저도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강혁씨께서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설명해 드리자면, 보통 가문끼리는 서열이 있습니다, 가문의 대표의 계급이나 재산에 따라 서열이 나뉘는데 제 아버지께서는 꽤 높은 계급의 귀족이셨죠, 한 때 이 나라의 재무장관이시기도 했습니다.”

 

재무장관이라면, 그 나라의 경제를 책임질 정도로 높은 직위일텐데... 그런 사람이 있는 가문이 몰락했단 말입니까?”

 

, 말이 안되지는 않지만 그런 일은 보통 없죠, 게다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반역죄라니... 저도 처음에는 강혁씨와 같은 생각이였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도 계속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정보상을 이용했지만... 어떤 실마리도 잡히지 않더군요.”

 

... 그럼 키르만씨는 지금 그게 사실이라고 믿고 있습니까?”

 

아뇨! 저희 아버지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한 평생을 이 나라에 받치신 분입니다!”

 

 

키르만은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는 강혁에 말을 듣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키르만의 말을 들은 강혁은 키르만이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퀘스트를 클리어할 방법을 떠올렸다.

 

 

그럼 원인을 알아내러 가야죠.”

 

어떻게... 말입니까? 뭐 아시는 거라도 있습니까?”

 

... 절 도와주는 조력자가 있다고 해두죠.”

 

 

*****

 

 

키르만이 일어나기 30분 전.

 

 

하아... 퀘스트가 더 어려워지면 어쩌잖거야...’

 

 

방금까지는 마을 사람들의 생기만 되찾아주기만 하면 되는 퀘스트가, 지금은 한 가문이 몰락한 이유를 알아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쉬워져도 모자랄 판에 더 힘들어지는 상황, 하지만 본인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그렇게 강혁이 한 참을 고민에 빠져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사님!]

 

 

귀를 통해 들리는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소리.

 

그때 눈 앞에 새로운 알림창이 생겼다.

 

 

(귓속말

귓속말은 특정대상과 본인만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음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말하면 대상에게 전달됩니다.)

 

 

[뭐 이딴 기능까지 만들어놨냐... 이렇게 하면 되는건가? 혹시 아르바씨 입니까?.]

 

[! 저를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이군요!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아뇨 괜찮....]

 

 

강혁의 성격이라면 함부로 말을 놓지는 않지만, 아르바가 프로토와 한 패라는 것이 생각나 기분이 나빠져 그냥 말을 놓았다.

 

 

[그래, 편하게 하지.]

 

[...?]

 

[무슨 일이지.]

 

[! 모험은 잘 하고 계신지 조력자로써 궁금해서 물어봤죠! 프로토님께서 강혁님을 도와드리라고 했잖아요!]

 

[... 상황이 더 꼬인거 같긴 한데...]

 

[? 상황이 더 꼬이다뇨? 무슨 큰일이라도 난건가요?!]

 

[큰 일은 아니고... 그냥 다른 집안 사정에 대해 좀 알아봐야 해서.]

 

[다른 집안이라니... 제가 도와드릴수 있다면 도와드리죠!]

 

[도울 수 있다면이라... 아르바 혹시 키르만이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게 있나? 전 왕실 근위대장이라는데... , 알 리가 있나.]

 

[키르만이라면... 몰락한 가문 말인가요?]

 

[그걸,,, 어떻게 아는거지?]

 

 

도움을 전혀 기대하지 않고 말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의외의 반응.

 

강혁은 처음으로 아르바의 존재에 감사함이 들었다.

 

 

[흠흠! 제가 이래봬도! 이 세계에서 꽤 잘나가는 인물이랍니다!]

 

[그래... 어떻게 아는건 됐고, 키르만 가문이 몰락한 것에 대해 얼마나 알지?]

 

[...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게,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건 알죠.]

 

[그럼... 진짜 원인을 알고 있다는 건가?]

 

[당연히 알죠, 다 지켜봤거든요! 정말 사람들의 욕심이란 끝이 없더라구요, 자신의 이득을 위해 몇 명의... 아니 몇 십명의 사람들이 죽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 끝없는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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