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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분류

25화

본문

노을이 진 해변가, 권찬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냥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는게 아니라, 수 많은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권찬의 눈은 처음 만났을 땐 곧장 죽을 사람의 눈이였지만, 지금은 내일을 살아야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자신의 과오로 인해 사랑하는 두 사람을 잃고 후회와 죄책감 속에 사무쳐 살아가다, 기적처럼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기회를 통해 잠깐이지만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용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희망도 의지도 없이 살아가던 권찬에게는,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 아주 작은 빛 하나가 생겨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무엇보다 값진 순간이다.

 

권찬은 그렇게, 한 동안 말 없이 허공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지선이라고... 했니?”

 

, 김지선이예요

 

그래... 그리고 항상 붙어 다니는 귀신 친구 이름은?”

 

박다정이라고 해요

 

그래... 지선이랑, 다정이... 정말... 정말 고맙다, 정말 고마워....”

 

아니에요, 저희는 별로 한 것도 없는걸요? 아저씨가 해내신 거예요

 

아니다, 다 너희 덕분이야... 너희 덕분에 다영이랑 찬영이와 이야기 할 수 있었고, 찬영이가 바라는게 뭔지, 다영이가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어... 그리고 아주 조금이나마 용서 받을 수 있었어...”

 

전부 아저씨가 해내신 거예요, 아저씨가 속마음을 모두 털어 놓아서 진심을 담아서 말해서 용서 받을 수 있었던 거예요

 

고맙구나... 그렇게까지 말해줘서, 하지만 아직 한참은 모자라... 내가 저지른 죄가 어떤 짓을 해도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어, 그래도 꼭... 남은 시간 동안 속죄하면서 살거야, 이런 나에게 마지막까지 아빠 노릇할 수 있게 도와준 다영이한테, 그런 짓을 했는데도 나를 아빠라고 생각해준 찬영이한테, 그리고 나를 도와준 너희한테 보답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열심히 살게...”

 

솔직히 말하면 저흰 아저씨와 아무 상관 없지만, 그래도 그런 짓을 한 아저씨를 욕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아직도 아저씨가 그런 짓을 저질렀었다는 생각을 하면 화가 나요, 아저씨 때문에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으니... 하지만 이렇게 반성하고 있고, 다영이 아줌마랑 찬영이가 용서해줬으니... 응원할게요, 이제라도 하늘에서 보고 있는 찬영이가 아저씨를 자랑스러운 아빠라고 말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래... 꼭 그래야겠어, 정말 고마워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

 

, ... 그런데 이제 슬슬 가면 안될까요? 벌써 꽤 어두워졌고, 게다가 조금 쌀쌀해서...”

 

 

지선은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온 몸으로 춥다는 것을 표현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직 5월이라 밤이 되면 해가 사라져 일교차가 심해진다.

 

 

? 시간이 벌써 이렇게... 자 좀 더럽긴 하지만 이거라도 걸치고 있거라, 추운 것보다는 괜찮을거야... 그리고 그 다정이란 친구는 괜찮니?”

 

 

권찬은 지선에게 자신의 낡은 자켓을 주며 다정도 추워하는지 물었다.

 

 

, 얘는 어차피 귀신이라 상관없어요

 

으으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분하다...”

 

그래? 다행이구나... 일단 빨리 가자, 이러다 기차 끊기겠어

 

 

셋은 시간을 확인한 후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

 

 

기차 안.

 

지선은 집으로 가는 동안 계속 권찬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권찬의 집에서 처음 봤을 때 보다 훨씬 좋아보이는 표정.

 

오늘 하루 많은 시간을 사용했지만 지선은 후회가 아닌 뿌듯함을 느끼며 기차 안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구경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지났을 즈음, 기차에서 내려 지선과 권찬은 헤어짐의 인사를 건내고 있었다.

 

 

오늘 정말 고마웠다

 

아니에요, 저도 오늘 여러 가지 많은 걸 배운 느낌이예요

 

음 분명 학생인데 나보다 더 어른스럽구나, 친구들이 좋아하겠어...”

 

친구....”

 

 

지선은 친구라는 말에 분명 칭찬을 받았지만 기분이 안좋아지는 신기한 반응을 보였다.

 

 

...? ...내가 하면 안되는 말을 했니..?”

 

...아뇨, 괜찮아요...”

 

그래...? 아 그리고 다정이라고 했니? 지금 어디있니?”

 

제 바로 옆에 있어요, 왜요?”

 

감사 인사를 해야지, 여기 보고 하면 되니?”

 

, 대답은 제가 대신 해드릴게요

 

으흠, 계속 말했지만 너희 둘에게는 정말 큰 신세를 졌구나, 게다가 한이 있는 귀신인 너에게도 말이야... 너가 어떤 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한을 풀어서 성불하기를 바라마, 그리고 너에게 부탁하나만 해도 되겠니?”

 

! 얼마든지요! 제가 할 수 있으면 다 해드릴게요!”

 

해준다네요

 

 

다정은 가슴을 두드리는 의미없는 제스처를 취하며 어떤 부탁인지 들어보지도 않고 권찬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했다.

 

 

그래, 고맙구나 혹시 만약... 내가 죽기 전, 너가 먼저 성불해서 하늘에 가 다영이랑 찬영이를 만나게 된다면... 안부를 꼭 전해주렴, 못난 나에게도 자랑할걸 만들어간다고

 

걱정마세요! 아저씨는 지금도 찬영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인걸요!!”

 

아저씨는 이미 찬영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니 걱정말라네요

 

그래...”

 

, 아저씨 여기요 자켓 드릴게요

 

, 아 내가 줄 수 있는건 없지만... 혹시 만약 귀신과 관련된 일 때문에 다른 사람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거나 그러면 꼭 말해주겠니? 내 힘 닿는데까지 꼭 도와주마

 

 

권찬은 나중에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불러달라 말하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알겠어요, 부르면 꼭 도와주세요

 

 

지선 또한 도움이 필요할 때는 부르겠다 말하며 자신의 휴대폰을 건내 서로 번호를 교환했다.

 

 

이제 헤어져야겠구나...”

 

 

아쉬움이 가득 담긴 권찬의 말, 오늘 하루 만난 시간은 짧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받지 못할 도움을 받았으니 당연히 아쉬움이 따를 뿐이다.

 

 

, 시간이 늦어서 빨리 가봐야겠어요

 

그래, 오늘 하루 정말 고마웠다... 정말... 조심히 가렴

 

, 아저씨도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지선과 다정, 권찬 셋은 인사를 하며 서로의 집으로 향했다.

 

 

*****

 

 

하아.... 드디어 집이다... 바다까지 갈 줄은 몰랐네...”

 

그러게, 오늘 하루 수고했어!! 지선아!!”

 

뭐야, 넌 안힘들어? 하긴 귀신이라 안힘든가?”

 

으으으... 너 또 귀신이라고 무시한다 이거지!! 이번엔 못 참는다!!”

 

, 어떻게 하게? 악귀로 변할려고?”

 

악몽이라도 꾸게 할거야!!!”

 

그래, 대신 성불은 없는거야

 

으윽, 진짜 너무해...”

 

농담이야 농담, ... 배고프다

 

배고파? 내가 엄청 맛있는 볶음밥 레시피 알려줄게!!”

 

 

농담이라는 말에 다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색을 띄우며 지선에게 자신의 비장의 레시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농답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자매나, 정말 친한 친구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지선은 다정이 알려주는대로 볶음밥을 만들어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었다.

 

 

...”

 

? 지선아 왠 한숨이야? 모든 귀신을 다 성불시켜줬으니 오히려 기뻐해야하는거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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