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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분류

20화

본문

두 팀으로 나눠져 남편을 찾는 동안 지선과 다정은 미리 세워둔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솔직히 계획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 지선은 찬영이 바라는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내는 것 뿐이고.

 

다정은 불가능에 가깝긴 하겠지만, 복수심에 사로 잡힌 아주머니 귀신의 복수심을 없애고 전남편을 용서하는 마음을 심어줘야한다.

 

둘은 전남편이 사는 곳을 찾으면서, 대화를 주도하며 아주머니 귀신의 설득에 도움 될만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

 

 

찬영아

 

? 왜요?”

 

찬영이는 아빠랑 뭐하고 싶어?”

 

놀이동산이요!!”

 

놀이동산 말고는?”

 

... 바다! 바다가고 싶어요!”

 

... 바다라...”

 

 

지선이 이렇게 캐묻는 이유는 전남편되는 그 아저씨를 놀이동산에 데려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선이 특별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귀신을 보지 못한다.

 

그렇다는건 지선, 혼자서 놀이동산에 처음보는 아저씨를 데려가야 한다는 것.

 

세상에 어떤 사람이 처음보는 여고생이랑 단 둘이서 놀이동산에 가겠는가.

 

물론 지선 본인도 싫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놀이동산이 아닌 찬영이 만족할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래, 그럼 다같이 바다 가야하니까 아빠 어디 계시는지 찾아볼까?”

 

진짜요? 누나랑 아까 키 큰 누나도 같이 가요?”

 

..? ? 난 일이 있어서 못 갈 거야, 대신 그 키 큰 누나는 갈거야

 

같이 가고 싶은데...”

 

다음에 같이 가자, 아 찬영아 혹시 아빠가 엄마한테 잘해준거 기억나?”

 

잘해준거요?”

 

응 선물을 드렸다거나, 그런거

 

모르겠어요

 

음 그게 당연한가...”

 

 

찬영이는 8살에 죽었다.

 

그리고 찬영이의 아버지의 폭력이 시작된 것은 찬영이가 태어난지 얼마 안되고 나서였으니 좋은 기억이 없는건 당연하다.

 

분명 안좋은 기억만 있을텐데 아빠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건, 너무 어려 잘 못된게 뭔지 모를뿐더러 딱히 기억나는게 없어서 그럴 것이다.

 

지선은 정보를 포기하고 그냥 찬영이와 어울려주기로 결심했다.

 

즐겁게 놀아야하는 8살이란 어린 나이에 놀지도 못하고 죽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게다가 몇 년 동안 귀신인 상태로 상대해주지도 않는 어머니와 있었으니.

 

지선은 잘은 못하지만 그동안 심심했을 찬영을 위해 오늘 하루동안 맞춰 주기로 했다.

 

 

*****

 

 

... 아주머니...”

 

 

 

무뚝뚝하게 다정의 말을 받아치는 아주머니 귀신.

 

귀찮아 하는게 잘 드러난다.

 

 

혹시 생각나셨어요? 그 아저씨하고 있었던 좋은 기억...”

 

아 생각해봤지, 근데 아무것도 안 떠오르더라고

 

그래도 하나 정도는 있지 않아요?”

 

없다니까! 생각 해봤자 오히려 안좋은 기억만 난다고

 

아 네...”

 

 

아무리 물어봤자 없다고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다정이 아니다.

 

 

저 아주머니, 그럼 연애할 때는 기억나세요?”

 

연애할 때?”

 

! 결혼 하기 전에는 좋은 기억이 있지 않을까요?”

 

좀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도 그런 것이 귀신인 상태로 너무 오래있다보니 좋은 기억은 없어지고 안좋은 기억만 남았다.

 

아이가 있긴 하지만 젊은 나이에 결혼해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얼굴, 죽은 당시 모습 그대로 귀신이 되어 꽤 젊어 보이지만 시간은 어쩔 수 없나보다.

 

지선은 흐릿한 기억을 살리기 위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그럼 연애 했을 때 이야기 해주시면 안돼요?”

 

싫어! 내가 그딴 놈이랑 연애했다는걸 생각하기만 해도 온 몸이 떨려

 

에이... 그래도 이제 복수하러 가잖아요, 기억이 나면 복수할 때 더 시원하지 않겠어요?”

 

... 그런가?”

 

 

까칠해 보이지만 귀가 많이 얇은 편인 아주머니 귀신, 이대로 잘 구슬리기만 하면 마음을 바꾸는데 가능성이 없어 보이진 않는다.

 

 

연애 할 때 어땠어요?”

 

... 그때는 괜찮았어, 사람이 참 착했는데... 나도 그럴 줄 알았으면 결혼 안했지

 

그럼 언제부터 그러기 시작했어요?”

 

찬영이 태어나고... 1년 안됐나?”

 

 

*****

 

 

때는 14년 전.

 

갓난 아기와 남편인 권찬과 아내인 다영이 말다툼을 하고 있다.

 

 

자기야, 친정에 전화하자 나도 우리 부모님한테 전화할게

 

괜찮아, 전화 하지마

 

이럴 때일수록 도와달라 해야지

 

아니 하지마, 장인 어른, 장모님한테는 너무 죄송해서 안돼 그리고 난 더 이상 우리 집안이랑 상종 안할거야

 

언제까지 그럴거야, 자기 형이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부모님이랑 연 끊는건 아니잖아

 

안돼, 분명 부모님한테 연락했다는거 알면 찾아 올거야

 

찾아오라해, 이 참에 확실히 해야지 언제까지 연 끊고 살거야, 가족이잖아

 

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

 

자기가 그 말한게 한 두 번이야?”

 

! 내가 알아서 한다고!!”

 

 

돈 때문에 힘들어져 도움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남편은 그 놈의 자존심 때문에 외가 쪽에는 도움을 바라지 않고, 친가 쪽에는 형 때문에 연락을 아예 피하고 있다.

 

부모님과 연락을 끊을 정도로 형을 증오하는 이유.

 

어렸을 때부터 받은 형의 괴롭힘 때문이다.

 

괴롭힘이라 하니 별 거 아닐 수 있겠지만 남편인 권찬에게는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어렸을 때부터의 잦은 폭행과 폭언, 그리고 성인이 된 후 동생에게 사기를 쳐 몇 년 동안 몸을 숨긴 적도 있다.

 

분명 부모님이 계시지만 두 분다 너무 바쁘셔 신경을 많이 못 쓰고, 부모님이 옆에 있을 때는 착한 형인 척하며 형제애를 과시했다.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르니 당연 부모님은 아무것도 몰랐으며, 오히려 더 믿고 맡긴 것이다.

 

당연 권찬은 가정폭력 신고까지 생각해봤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님에게 상처를 줄까봐 마음이 약해져 신고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되어 힘들게 일하며 번 돈으로 사업을 할려 했지만, 형의 사기로 인해 가진 돈의 대부분을 잃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포함한 여러 정신병이 생겨 병원에 다니기까지 했다.

 

그렇게 힘든 생활을 보내다 부모님을 보고 겨우 일어서,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아내인 다영을 만나게 된 것이다.

 

힘들기만 했던 권찬은 인생에 드디어 기댈 곳이 생기고, 사랑하는 사람까지 생겨 결혼하여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돈 때문에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꿈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러니 당신은 신경쓰지마

 

여보, 혼자서 다 짊어지려 하지마..”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권찬은 평소와 같이 매일 일을 했지만 집안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기만 할 수 없던 다영은 자신도 일을 하기로 결심해 가사원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불행이 더 커질거라는 건 아무도 몰랐다.

 

 

... 어디서 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나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권찬.

 

그 때 권찬의 눈에 두 사람이 들어왔다.

 

낯선 남자의 집에서 나오는 다영.

 

분명 가사원 일을 한 후 나오고 있지만 권찬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오해하기 좋은 상황.

 

권찬은 그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다영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바로 들어오는 다영.

 

 

? 뭐야 자기 오늘 일찍 왔네? ? 왜 대답이 없어

 

당신, 방금 어디갔다 오는 길이야?”

 

? 나 일 갔다왔어

 

? 당신이 무슨 일한다고

 

... 사실 자기가 혼자 다 해결할려고 하길래 말 안할려 했는데, 나 가사원으로 일하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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