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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분류

15화

본문

어쩌다보니 남자 둘과 함께 밥을 먹게 된 상황.

 

가게 앞에서 20분 동안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보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더 불편한 상황.

 

배가 고파 밥을 먹으러 왔지만 식욕이 사라졌다.

 

지선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게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같이 밥을 먹자고 먼저 말 걸어준 둘을 두고 도망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다정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태현과 친해지는 것이 필수.

 

지선은 숨 막히는 현 상황을 나름대로 버텨내고 있다.

 

그래도 다행이 성훈과 태현이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을 해서 일까 태현이 곧바로 말을 걸어왔다.

 

 

지선아 넌 마라탕 먹어봤어?”

 

...? ......아니!”

 

그래? 잘 됐다, 여기 엄청 맛있어서 처음 먹는 사람도 잘 먹더라고

 

......그래? ....행이네!”

 

태현아 너 여기 다정이랑 자주 왔지 않았나? 요새 뭐하고 지낸데?”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고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연락이 끊겨서

 

 

다정이 이야기를 꺼내자 태현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 때문인지 지선에게만 보이지만 다정의 눈에 눈물이 조금 맺혔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혼자만 하는 짝사랑이라고 착각한 태현.

 

지금 당장이라도 말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다정.

 

지선이 보기에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당장 모든 일을 설명해주고 싶지만, 그래봤자 아무도 믿지 않는다.

 

갑자기 다운된 분위기, 그런 분위기를 깨기 위해 성훈이 말을 이었다.

 

 

야 아직도 그러냐, 잊을 때 됐어, 너 혼자 그립다고 계속 매달리면 그냥 감정소모 할 뿐이야

 

그래...”

 

기운 좀 내, ... 김지선이라고 했나?”

 

?! ..응 맞아

 

아니 사실은 태현이 얘가 중학교 졸업할 때 여자애한테 고백했는데 차였다고 아직도 이러잖아

 

됐어, 기운차렸어

 

그래, 잊는게 좋아

 

 

성훈 덕분에 어찌저찌 분위기는 다시 회복된 것 같다.

 

 

지선아, 쇼핑하고 오는 길이야?”

 

 

지선 옆에 있는 쇼핑백들을 보고 묻는 태현.

 

 

......

 

 

지선은 황급히 쇼핑백들을 다리로 감추며 대답했다.

 

혹시 자신을 드라마에 나오는 돈을 막 쓰는 그런 사람으로 봤을까 봐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그 때 성훈이 고개를 살짝 내밀며 지선의 얼굴을 한층 더 달아오르게 했다.

 

 

우와... 다 옷이야?”

 

...아니... 책도 있어...”

 

? 책 좋아해?”

 

...”

 

오 무슨 책인데?”

 

..그냥 별 거 아냐...”

 

뭔데 알려주라

 

그만해, 대답하기 싫은거 같은데

 

에이 같은 책 읽는 사람으로써 물어본거지

 

 

책에 관한 질문에 지선은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말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 지선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다정이 코칭을 하기 시작했다.

 

 

지선아, 너도 말하고 싶은거지? 그럼 편하게 말해 너가 말한다고 뭐라 할 사람 없어! 성훈이랑 같은 중학교여서 내가 잘 아는데 애가 좀 특이하긴 한데 착한 애야, 학교에서 가끔 책 읽는거 보면 너만큼은 아니지만 책에 관심 있을 걸?”

 

 

다정이 열심히 조언을 해주었지만 지선은 입을 열지 않았다.

 

아무리 같은 학교에 같은 반이라지만, 친구 없이 지내온 지선, 게다가 이성 둘과 함께 있으니 지선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지선아 밥 먹고 뭐 할거야? 우리 영화보러 갈건데 같이 볼래?”

 

 

누구든간에 빠트리지 않고 챙기는 성격, 그 덕분에 태현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지금 지선에게는 오히려 불편하기만 할 뿐.

 

 

...집에 갈려고...”

 

에이 영화 같이 보자, 질주의 분노 엄청 재밌데

 

너무 그러지마, 억지로 보면 뭐가 재밌겠어

 

 

성훈으로 인해 난처한 상황이 계속 생겼지만 태현이 끊어주는 덕분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알았어, 밥이나 먹자

 

지선아 마라탕 처음이라했지?”

 

..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게

 

 

마라탕은 처음 먹는 음식이라, 주문 하는 방법도 다르고 재료도 뭐가 뭔지 몰라 힘들었지만 다행이 태현의 도움 덕분에 어렵지는 않았다.

 

다정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지선아! 이거 이거, 엄청 맛있어! 이것도!”

 

 

어떤걸 넣어야 할지 몰라 다정이 시키는대로 주워담고 있을 때 태현이 다가왔다.

 

 

어 지선아, 나랑 똑같이 담았네

 

? ...”

 

 

지선의 입맛이 아닌 다정의 입맛에 따라 담았는데 태현과 겹쳐버렸다.

 

 

지선아, 이제 마지막! 양고기 추가!”

지선아, 여기 양고기 추가하면 맛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태현과 다정의 입맛.

 

그래도 처음 먹는 음식이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

 

 

시간이 흘러 식사를 마친 셋은 가게에서 나와 작별 인사를 했다.

 

 

! 오늘 일로 인해 한층 더 목표에 가까워졌어 지선아!”

 

몰라 피곤해, 빨리 집에 갈래

 

 

그 어느 때 보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를 찾아 헤멜 때 보다 힘든 하루였다.

 

지선은 오늘 돈을 많이 썼지만, 너무 피곤해 버스가 아닌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 이걸 언제 다 정리해...”

 

걱정 마, 내가 도와줄게!”

 

 

마음 같아선 다정에게 다 맡기고 싶지만, 영혼만 떠다니는 상태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선은 다정이 시키는대로 옷장에 있던 옷과 오늘 산 옷들을 모두 침대 위에 올려두었다.

 

 

자 어차피 겨울 옷... 이라고 할 건 저거 하나뿐이니, 저건 개서 다른데 두고 나머지는 옷장에 구분해서 넣자

 

 

산더미처럼 쌓인 옷들, 지선 혼자였다면 몇 시간을 걸렸을 걸 1시간만에 악세서리까지 모두 정리했다.

 

아니 애초에 지선 혼자였다면 옷을 사지도 않았을 것이다.

 

 

으아아아 다 했다

 

수고했어~ 아 책은? 아직 꺼내지도 않았네

 

 

다정은 책상 위에 놓여있는 책을 바라보며 지선에게 물었다.

 

 

말 잘하는 법? 에이 뭐야 이런건 내가 알려준다니까?”

 

 

대답이 없는 지선.

 

 

지선아 내 말 듣고 있어? 뭐야 잠들었네

 

 

다정은 침대에 누워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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