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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분류

9화

본문

둘은 평소와 같이 학교 수업이 끝난 후, 곧바로 남자가 자주 보이는 공원으로 향했다.

 

 

지선아 오늘만큼은 꼭 집을 알아내자!!”

 

, 조용히 말해 누가 들으면 경찰에 신고라도 하겠다

 

듣기는 누가 듣는다고, 어차피 너 말고 다른 사람은 날 보지도 못하는데

 

“... 그런 게 있어, 빨리 그 남자나 찾자

 

~ ~”

 

 

본 시간이 오래되지 않았지만 항상 붙어 다니다 보니 가끔 다정이 귀신인 것을 까먹을 때가 있다.

 

그러다보니 이런 실수를 가끔씩 할 때가 있지만 다정은 지선의 실수를 귀엽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공원 벤치에 앉아 남자를 찾기 시작한지 한 두 시간이 지난 후, 시계는 벌써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아.... 오늘은 허탕인가, 지선아 언제까지 있을 거야?”

 

집에 가기는 너무 일러, 좀 더 기다릴 거야

 

...그래? 근데 넌 목 안 말라? 좀 출출한 거 같기도 하고

 

넌 귀신이면서 왜 배고파하는 거야

 

... 그런가? 그냥 기분이 그렇다고

 

 

지선만 그런 게 아니라 다정도 자신이 가끔 귀신인 것을 까먹나 보다.

 

 

그러고 보니 기다린지 꽤 됐네

 

그치? 편의점가서 간식이라도 살래?”

 

간식은 말고 마실 거 하나만 살래

 

에이 그러지 말고 과자라도 하나 사자

 

필요 없어 게다가 넌 먹지도 못하잖아

 

... 우우

 

 

정곡을 찔렸는지 다정은 지선에게 야유를 보냈다.

 

지선은 다정을 무시한 채 편의점에 들어가 음료수를 산 후 편의점 안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목을 축였다.

 

목을 축이면서 밖을 바라보며 남자를 찾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하아...”

 

 

지선도 꽤 지쳤는지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정이 급하게 지선을 부르기 시작했다.

 

 

지선아, 지선아 저기 저 남자 한 번 봐봐

 

? 뭔데?”

 

 

지선이 바라본 곳에는 그토록 찾던 남자가 전화를 하며 편의점으로 오고 있었다.

 

그런데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은 깔끔한 슈트 차림이나 세련된 옷을 입고 있었지만, 지금은 허름한 검은 색 츄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있었다.

 

평소와 너무 다른 옷을 입고 있어 잠깐 의심했지만 얼굴은 찾던 남자가 맞았다.

 

지선은 뚫어져라 남자를 쳐다보다 자신이 있는 편의점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렸다.

 

 

뭐야... 저 남자, 저번에 봤던 사람 맞아?”

 

얼굴을 보니, 맞는 거 같아

 

 

지선의 의심은 계속 됐지만 그 의심도 남자의 전화 통화하는 목소리를 듣고 사라 졌다.

 

 

, 친구가 부탁하는데 좀 빌려 줘라, 지금 것 잘 빌려줬으면서 왜 갑자기 안 빌려 준다는 건데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매너는 가볍게 무시하는 남자의 큰 목소리 때문에 뭐라 하는지 잘 들렸다.

 

게다가 이 목소리, 며칠 전 편의점에서 좋지 않은 이유로 짧게나마 대화한 기억을 되살려 비교해보니 그 남자가 맞았다.

 

지선은 혹시나 단서를 더 얻을까봐 남자의 통화를 엿듣기로 결심했다.

 

 

아 다른 여자 있어, 저번에 같이 다닌 애 말고 그 머리 단발한 애 있잖아

 

 

통화를 엿듣다보니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저 남자는 친구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빌리고 있는 중이며, 지금 만나는 두 명의 여자 말고 또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

 

지금 것 목격한 저 남자의 여자 친구는 둘 다 장발 이였다.

 

그러니 지금 말하는 단발의 여자는 또 다른 사람.

 

생각해보면 딱히 중요한 정보는 아니다.

 

남자는 통화를 계속하며 맥주 2캔을 계산대에 뒀다.

 

 

“4600원입니다

 

야 진짜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내일 까지만 빌려주라

 

 

아르바이트생이 뭐라 하던지 남자는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통화를 계속했다.

 

 

손님 4600원입니다 손님!”

 

 

아르바이트생이 큰 목소리로 부르자 남자는 그제 서야 들었는지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빼 5000원짜리 한 장을 꺼내 툭 던졌다.

 

분명 아르바이트생은 속으로 욕을 하고 있겠지만 화를 참으며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했다.

 

 

거스름돈 400원 여기 있습니다

 

아 그건 뒤차가 주차를 이상하게 해서 생긴 거라니까, 나한테 차 살돈이 어디 있어

 

 

남자는 끝까지 태도를 고치지 않은 채 맥주를 들고 편의점을 빠져 나갔다.

 

지선은 남자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편의점에서 나가 남자의 뒤를 쫓았다.

 

 

지선아 이번엔 쫓을 수 있겠어? 저번처럼 차타고 가는 거 아니야?”

 

이번엔 쫓을 수 있어, 내 생각인데 아마 집까지 걸어갈 거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너도 방금 저 남자 통화 들었지?”

 

응 계속 뭘 빌려달라고 사정하던데

 

차야, 지금 것 저 남자를 만날 때 마다 항상 여자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다녔어, 통화 내용을 생각해보면 아마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친구한테 계속 차를 빌리고 다닌 거야

 

그럼 지금은 차가 없다는 거네?”

 

, 지금이 저 남자의 집을 알아낼 기회지

 

 

둘은 남자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계속 쫓아갔다.

 

쫓기 시작한지 5분 정도 지났을 무렵, 어느 새 큰 공원이나 카페는 보이지 않고 꽤 오래된 원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3분이 지났을 즈음, 남자가 한 원룸 자동문 앞에서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여자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303! 도대체 월세는 언제 낼 거야? 술 먹을 돈 있으면 월세를 내!”

 

“X발 내가 술을 쳐 먹던 말 던 아줌마가 뭔 상관인데!”

 

아휴 말하는 본새 좀 봐, 쯧쯧쯧 월세 안 내면 쫓아 낼 줄 알아!”

 

다음 주까지 준다니까! X발 안 그래도 지갑 잃어 버려서 빡 치는데

 

어휴 저런 놈 받아준 내 잘못이지...”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이 원룸에서 사는 것이 맞나보다.

 

지선과 다정은 건너편 원룸 주차장에 숨어 남자가 원룸에 들어 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아줌마가 말한 303, 창문 밖으로 쳐다보며 문이 열리는 것 까지 확인한 후에서야 다정은 기쁨의 환호를 외쳤다.

 

 

찾았다!!!! 드디어 찾았어!!!! 지선아 빨리 여기 주소 검색해 봐

 

이미 메모 다 했어

 

“303호 잘 적었지?”

 

 

드디어 편히 쉴 수 있겠다!”

 

뭐가 힘들었다고, 넌 귀신이면서

 

육체적으로는 아니지만, ... 정신적으로 랄까? 나도 꽤 힘들었단 말이야

 

네 어련하시겠어요

 

 

드디어 며칠에 걸쳐 해낸 첫 번째 임무 완수, 다정은 기쁨에 취해 이리저리 날아다니기 시작했지만 갑자기 들려온 아주머니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곧바로 멈추었다.

 

 

얘 거기서 혼자 뭐하니?”

 

 

분명 지선에게 한 말이겠지만 다정은 찔렸는지 공중에서 내려와 지선의 옆에 나란히 섰다.

 

 

.. 아니에요, 수고 하세요

 

!”

 

 

혹시나 잡히면 귀찮아 질까봐 지선은 최대한 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어느덧 음료수를 샀던 편의점 앞.

 

 

휴 큰일 날 뻔 했네

 

그러게, 아 지선아! 우리 첫 번째 임무도 해결했는데 기념으로 파티라도 할까?”

 

파티는 무슨 파티, 겨우 이런 걸로

 

겨우라니 원래 작은 일도 기뻐해야 하는 거라고

 

.. 그런가

 

 

지선은 웬일로 다정에 말에 동의했다.

 

 

당연하지 파티하자 파티!”

 

근데 파티라면 무슨 파티?”

 

별 건 아니고, 그냥 작게 케이크 같은 거 먹으면서 기쁨을 누리는 거지!”

 

케이크? 나 혼자 어떻게 먹으라고

 

... 아니면 여기 편의점에서 간식이라도 사가자, 요즘 편의점에는 케이크도 있다고

 

 

지선은 다정의 말대로 편의점에 들어가 음료수 하나와 케이크를 골랐다.

 

 

다정아! 이것도 사자!”

 

됐어 어차피 넌 먹지도 못 하잖아

 

후후 다 방법이 있지

 

방법...?”

 

 

*****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만 사는 건데

 

헤헤 하지만 나도 기분은 내고 싶은걸

 

무슨 제사상도 아니고

 

 

지선은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편의점에서 샀던 음식을 꺼내 차려놨다.

 

음료수와 케이크 두 개, 과자 두 봉지 혼자 먹는다면 많겠지만 다정이 방법이 있다 해서 믿고 샀다.

 

하지만 지선은 다정을 믿은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

 

다정이 말한 방법은 자신의 몫도 차린 후 지선이 먹는 것을 보는 것.

 

현재 식탁 위에는 지선이 먹을 케이크와 사용할 포크, 과자 두 봉지 그리고

제사상처럼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위해 차려진 케이크와 포크.

 

누가 보면 진짜 귀신을 위해 차린 것처럼 보일듯하다, 맞게 본 것이다.

 

지선은 자신 앞에 놓인 케이크를 먹고 있었지만 다정은 당연히 먹지 못하니 지선의 케이크 먹는 모습을 보며 침을 흘리고 있었다.

 

 

야 이걸 어떻게 처리해

 

난 다 먹을 수 있는데...”

 

난 못 먹거든!”

 

 

케이크는 포장 용기를 다시 씌우면 괜찮지만 이미 뜯은 과자는 버리지 않는 이상 다 먹어 치워야 한다.

 

지선은 다 버리기는 아까워 할 수 없이 다정 앞에 놓인 케이크는 냉장고에 넣은 뒤 남은 음식들은 억지로라도 먹어 치웠다.

 

 

우욱 과자를 이렇게 많이 먹은 적은 처음이네

 

수고했어! 이제 피곤할 테니 빨리 자 자고!

 

 

지선은 엄청난 눈빛으로 자신을 다독이는 다정을 째려봤다.

 

 

지금 이 상태로 자면 분명 체할 거야, 소파에 앉아서 소화 좀 시키고 자야지

 

 

지선은 양치를 한 후 쇼파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한 탓인지 얼마 안 가 소파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그 날 새벽, 지선의 부모님이 퇴근 하시고 집에 오셨다.

 

 

어라? 여보, 얘가 왜 소파에서 자고 있지?”

 

? 여보 이것 봐

 

 

지선의 어머니는 쓰레기통에 있는 과자 봉지와 케이크 용기를 발견했다.

 

 

지선이가 먹은 건가? 그런 거 치곤 너무 많은데?”

 

혹시! 저번에 말한 그 친구가 집에 왔었나?”

 

드디어! 우리 딸이 집에 친구를 초대했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맛있는 거라도 만들어 놨을 텐데

 

음 원래 이런 건 갑작스러운 법이지, 아이구 우리 딸 친구랑 노느라 피곤했나 보네 읏차! 방에 가서 자자

 

 

지선의 아버지는 지선을 안고 지선의 방 침대에 눕혀 이불을 덮어 줬다.

 

지선이 또래보다 작아서 그런지 큰 힘없이 들 수 있었다.

 

 

잘 자 우리 딸

 

 

지선의 부모님은 지선이 깰 까 봐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

 

두 분 다 단단히 오해하시고 계시지만 기뻐하시니 오히려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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