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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분류

2화

본문

때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불과 몇 개월 전 중학교 졸업식 날.

 

졸업식이 끝난 직 후인 12시 즈음, 학교 바로 뒤 작은 공원에 남학생이 다정을 불렀다.

 

남학생의 이름은 한태현, 얼굴은 엄청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성격이 좋아 친구가 많은 편.

 

하지만 성격이 아무리 좋아도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는 입을 열기 힘든 것이 보통.

 

몸은 서로를 향해 있지만 시선은 서로의 발 끝 만을 보고 있다.

 

안타깝게도 둘 다 연애 한 번 못 해본 모태솔로, 이런 건 처음이라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숨도 제대로 못 쉴거 같은 상황에 먼저 말을 꺼내 사람은 태현이였다.

 

 

... 나 너 좋아해 우리 사귈래?”

 

 

밑도 끝도 없이 고백하기.

 

그래도 분위기 있게 다른 말이라도 하고 고백하는게 더 멋있지 않나 하지만 실수라도 하면 끝, 안 하느니만 못한 법.

 

하지만 상관없다 뭐라 하든 다정은 고백을 받아 줄 생각이니까.

 

그리고 타이밍 좋게 봄바람이 불어 와 벚꽃이 흩날려 영화 같은 장면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다정이 바로 대답 하지 않고 잠시 정적이 흐르니 영화의 명장면이 연출되는 느낌.

 

사실 다정도 긍정적으로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컷지만 너무 긴장해서 입이 열리지 않는다.

 

태현은 대답이 없자 혹시 거절할 대사를 생각 중이라고 오해했다.

 

 

오래전부터 계속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쭉 너만 좋아할거야

 

 

오랫동안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모든 생각들을 내뱉었다.

 

이렇게 필사적인 이유는 물론 좋아하는 마음도 있어서지만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둘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정의 이사로 서로 자주 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태현은 지금 고백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부끄러워서인지 다정은 도저히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태현은 그걸 눈치채고 다정을 배려했다.

 

 

다정아 지금 말하기 좀 그러면 나중에 집에가서 말해도 돼 핸드폰으로 답장해줘

 

 

다른 사람이 보면 답답해 미칠 지경, 그냥 좋다면 좋다 싫다면 싫다 말하면 되는 것을 왜 이렇게 뜸을 들이냐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없나보다.

 

다정은 고개를 푹 숙인채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알겠어...”

 

그럼 먼저 갈게 꼭 대답해줘

 

 

태현은 이 말을 끝으로 공원에서 벗어났다.

 

다정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멀어져가는 태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태현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다정도 공원에서 벗어나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몇 분 뒤 집에 도착한 태현은 곧장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제자리에 두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정은 애타는 태현의 마음을 알았는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문자를 보낼려고 했다.

 

집 근처 횡단보도 위를 지나며 '나도 너 좋아해' 라고 답장을 보내기 위해 타자를 쳤다.

 

고백 받았을때 답을 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태현도 애타게 기다릴 필요 없고 게다가... 후회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전송 버튼만 누르면 끝이다.

 

하지만 손가락이 화면에 닿기 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몸에 힘이 풀리며 쓰려졌다.

 

너무 놀라서 일까 고통을 느꼈지만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다정은 자신의 등을 만지며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았다.

 

손에 묻은 빨간 액체, 피는 점점 옷에 번지고 다정이 누워있는 바닥에는 웅덩이가 생겼다.

 

그때 다정의 눈 앞에 몸을 웅크려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자를 푹 눌러 쓴 사람이 보였다.

 

얼굴을 확인하려 했지만 역광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은 한 손에는 특이하게 생긴 날붙이 같은 물건을 들고 있고 그 물건에서 피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을 찌른 사람이 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다정은 살기 위해서 자신을 찌른 사람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살고 싶다고 말할려 했지만 입이 움직이지 않는다.

 

입에서 나오는 건 자그마한 신음 소리 뿐.

 

몸에서 힘이 빠져가고 눈이 자꾸 감긴다.

 

다정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악착 같이 버텼지만 더 이상 버티는 것도 불가능한 상태.

 

점점 시야가 흐려지며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인지했다.

 

 

안돼... 말해 줘야 하는데... 아직 못한 말이 있단 말이야...’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내어 고개를 돌리니 자신의 핸드폰이 바닥에 놓여있었다.

 

대화창이 깜빡거리며 보내지 못한 문자를 담은 상태로...

 

그렇게 다정의 의식은 희미해져갔다.

 

후회만을 남기며...

 

사고가 난 당일 밤 잠깐 졸았는지 태현은 눈을 뜨자마자 몸을 일으켜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다정에게서 온 문자는 없었다.

 

태현은 멍하니 휴대폰만 바라보다 자신이 차였다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 쓰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다음 날 다정의 장례가 치뤄졌다.

 

다정의 가족들은 기자들이 몰려 와 계속해서 다정의 살인 사건에 대해 물을까봐, 그리고 자신의 딸을 조용히 보내고 싶은 마음에 경찰에게 다정과 자신들의 신변 보호를 신청하고 작은 장례식장을 빌려 친척들만 조문을 오게 했다.

 

그 덕분에 몰려오는 기자들을 경찰들이 장례식장 입구 앞에서 진을 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고 있었다.

 

 

! !! 비켜봐요!! 시청자들도 알아야 할 거 아냐! 당신들 이거 시청자들의 알 권리 침해야!!!”

 

? 알 권리? X발 니들 같은 기레기들 때문에 다른 기자들이 욕 먹는거 아니야!!!

그럼 저 피해자 가족들의 신변은?! 피해자 가족들의 권리는!!! 니들이 지켜줄 거야?!

야 저 X끼들 못 들어오게 해 들어오면 니들이 죽는다

 

최민기, 이번 살인 사건을 맡은 팀장급 형사, 겉으로는 사나워 보이지만 타인을 위한 자신만의 표현법이다.

 

경찰들 덕분에 이번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뉴스에 나오지 않아 친구들은 다정의 사망 소식을 알지 못했다, 당연히 태현도 이 소식을 듣지 못했다.

 

 

뭐 이렇게 됐어

 

 

다정의 이야기를 들은 지선은 충격적인 이야기에 몸이 굳었다.

 

2주전 인터넷에서 화재가 된 사건.

 

지선은 자신이 본 기사를 떠올렸다.

 

*3차 고등학생 살인 사건 경찰은 아직 인가?*

 

(대낮에 일어나는 살인 사건 범인의 대담한 행동 하지만 오히려 대낮이라는 시간을 이용한 것입니다. 사건 시간은 12시 즈음 이 시간에 출퇴근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알고 피해자를 쫓아가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범행을 일으켰습니다.)

 

범행 장소가 한 곳에 몰려 있지 않고 전국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다른 곳에 들리지 말고 집에 바로 귀가하라는 조치를 취했고 경찰은 모든 학교, 특히 고등학교 순찰을 강화했다.

 

뭐야 그럼 네가 3차 살인 사건의 피해자인거야?”

 

 

지선은 물어보며 아차 싶었다.

 

살해당했다는 것을 확실시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거지

 

..미안..”

 

? 아냐! 괜찮아! 내가 이야기 해주고 싶어서 말한 건데 그건 그렇고 빨리 잡아야 할 텐데...”

 

 

지선이 아무리 타인과 대화를 한 경험이 적다해도 자신의 발언에 실수가 있었다는 것은 잘 알았다.

 

 

...그래도 널 도와줄 수는 없어 네가 불쌍한 건 맞지만 고백 하는 건 절대 못해

 

... 뭐야 도와줄 줄 알았는데, 야 너무 매정한거 아니야?”

 

안되는 건 안돼 그리고 야가 아니라 나도 김지선 이란 이름 있거든?”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안했네? 박다정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정은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손을 내밀었다.

 

왠지 악수를 하면 계약을 하는 것 같아 지선은 손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런 지선을 다정은 익숙한 듯 따라갔다.

 

누가 보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같다.

 

어느새 종이 울리고 점심시간이 끝났다.

 

교과서를 미리 꺼내놓은 지선은 모범생처럼 보이고 싶었지만 학생들에게 이미 이상한 사람으로 찍혔다.

 

잠시 후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얼굴에 개량 한복을 입은 남자가 어깨를 주무르며 반에 들어왔다.

 

다른 학생들이 보면 어깨가 아프구나 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지선은 선생님이 아파하는 이유를 안다.

 

지선의 눈에만 보이는 다정이 아닌 또 다른 귀신이 선생님의 어깨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귀신을 발견한 다정은 조용히 지선에게 말했다.

 

 

지선아 너도 보여?”

 

 

어떻게 생각해?”

 

... 문학은 역시 재미없다?”

 

“....?”

 

“...?”

 

아니 그거 말고 선생님 어깨 위에 있는 귀신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난 딱히 상관하고 싶지 않아

 

잠깐, 일단 내 생각을 들어봐 나를 죽였던 연쇄 살인마는 아직 안 잡혔지?”

 

? 너 설마...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 마 우리가 어떻게 그러다가 난 죽기 싫거든

 

아니 우리가 직접 잡는 게 아니라 경찰을 도와주자는 거지

 

됐거든 듣기 싫어

 

 

경찰에게 가족들이 도움을 받았지만 다정은 당연히 모른다.

 

하지만 남을 위한 마음에 지선을 적극적으로 설득 하고 있다.

 

 

조금만 들어 봐 분명 그 연쇄 살인마는 잡히지 않는 이상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거야 그럼 그 피해자가 죽으면 나처럼 귀신이 되겠지? 그러면 그 귀신에게 가서 기억나는 단서를 알아내는 거야 물론 위험한 일을 내가 하고 넌 말만 전해주면 끝 어때 쉽지

 

야 상식적으로 우리가 단서를 알아내서 경찰에게 알렸다 해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설명 해야할거 아냐 잘못해서 내가 범인으로 몰리면 책임 질거야?”

 

그건 방법이 있지 연쇄 살인마는 고등학생을 주로 노렸어 이 점을 이용해야지 결정적인 단서를 알아내서 경찰에게 방금 연쇄 살인마 용의자가 나를 죽일려 했다라고 말한 후 단서를 알려주는 거지 그럼 한방에 잡는거라구

 

참 나 그래 그건 그렇다 해 근데 어떤 귀신이 피해자 인지 어떻게 확인해?”

 

그것도 생각해 봤는데 모든 귀신한테 다 물어보는 거지 무엇이 한이 돼서 귀신이 됐는지 그러면서 그 귀신의 한을 풀어 성불까지 시켜주는 거야 어때? 완전 일석이조라고!”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어서 내가 처음보는 귀신의 한을 풀어줘?”

 

... 혹시 몰라 귀신들을 많이 성불 시키면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하늘이 소원을 들어 줄지도?”

 

 

 

말도 안돼는 소리, 혹시 모른다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하지만 다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귀신, 지선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 놓고 있다.

 

그래야만이 자신의 한도 풀어 줄 수 있으니.

 

그런데 평소라면 사명은 무슨 사명 이라고 대꾸를 하겠지만 소원이라는 소리에 지선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귀신을 보는 능력을 없앨 수만 있다면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야 그거 진짜지? 성불 시켜주면 내 소원 들어주는 거?”

 

 

아무리 봐도 거짓말이지만 오랜 염원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이성적인 판단력을 잃었다.

 

사실 소원 들어준다는 것에 혹했지만 지선은 어렸을 때 돌아가신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났다.

 

지선의 할머니, 지선과 피가 이어진 가족 중 유일하게 지선과 같이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

 

어떻게 보면 지선의 능력은 할머니에게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선은 자신의 능력만을 욕 할 뿐, 단 한 번도 할머니를 원망한 적 없다.

 

오히려 같은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지선을 이해하며 공감해주는 유일한 사람.

 

그래서 지선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를 항상 따르며 많이 의존했다.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지선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 지선을 제외한 귀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거나 귀신에게 피해를 받는 사람, 그리고 한이 생긴 귀신, 모두 도와주라고.

 

지선은 할머니가 당부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물론! 많은 귀신의 한을 풀어주면 나 말고 하늘이 들어주지... ...을까? 하하...”

 

 

거짓말에는 영 소질이 없어 보이지만 지선은 할머니의 말씀과 소원이라는 미끼를 물었다.

 

진짜 순진한 건지 자신의 능력만 없앨 수 있다면 아무 상관없는지.

 

 

야 거짓말이면 넌 영원히 귀신으로 사는 거야

 

 

큰일 났다.

 

지금이라도 거짓말이라고 말하면 될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의 한은 풀지 못한다.

 

다정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자기합리화를 한 후 지선을 속였다.

 

 

하하.. 걱정마 귀신들끼리 아는 이야기인데 너한테만 알려 주는거야

 

... 일단 알았어

 

진짜? 그럼 나중에는 나도 성불시켜 주는거지?”

 

그래야지 대신 넌 마지막

 

어째서?

 

거짓말일 수도 있잖아

 

...았어

 

 

다정의 작전이 조금 변경되었지만 상관없다 거짓말이 들통나도 자신은 성불 해서 이 세상에는 없으니.

 

그래도 다정은 벌써 들키면 곤란해지니 조사한다는 핑계로 지선에게서 도망쳤다.

 

 

그럼 내가 저 귀신이 왜 귀신이 됐는지 알아보고 올게

 

 

한을 풀어 줘야하니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조사, 무슨 일 때문에 귀신이 됐는지 알아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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