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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분류

1화

본문

학기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4, 복도를 지나가는 두 여학생이 있다.

 

검은 긴 생머리에 뿔테 안경을 끼고 와인색 니트를 입은 키 작은 아이가 지선.

 

갈색에 단발 머리를 한 지선이보다 키가 큰 아이가 다정, 둘은 같은 학교에 있었지만 다정의 교복만 달랐다.

 

다정이의 교복을 보면 지나가는 학생들은 '왜 다른 학교 학생이 여기있지?'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어째서인지 그런 의문을 가지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

 

지선은 화장실이라도 편하게 가고 싶었지만 강아지처럼 자신을 따라오는 녀석 때문에 불편함만 느끼고 있었다.

 

 

딱 한 번만 도와주면 안돼?”

 

안돼

 

 

더 이상 말을 꺼낼 수 없게 만드는 지선의 단호한 대답, 하지만 다정은 포기하지 않았다.

 

 

진짜 진짜 한 번만...”

 

싫어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싫어

 

 

지선은 애걸복걸하는 다정을 모르는 사람 취급하듯 단호하게 거절했다.

 

 

우리 사이에 이러기야?”

 

만난 지 일주일 밖에 안됐으면서 사이는 무슨 사이

 

 

아무래도 진짜 모르는 사이인듯 하다.

 

그리고 그런 둘을 다른 학생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정의 교복 때문은 아니였다.

 

지선은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많이 신경 쓰였는지 다정을 떼어 내기 위해 직설적으로 말했다.

 

 

, 너 때문에 다른 애들이 쳐다보잖아 따라오지마

 

 

그럼에도 다정은 끈질기게 붙어있는 상태.

 

 

계속 말했잖아, 내 부탁만 들어주면 사라진다니까

 

너 때문에 내가 정신나간 여자로 찍히면 어쩔 건데

 

 

솔직히 이미 찍힌거 같다.

 

 

그러니까 나도 널 도와줄게, 너는 그 재능으로 날 도와주고 나는 내 힘으로 널 도와주고 서로 좋잖아!”

 

재능은 무슨 재능... 내가 이거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데

 

 

지선에겐 무슨 특별한 힘이 있지만 자신의 힘을 원망스러워 하고 있는 거 같다.

 

아무래도 그 재능이란 것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보다.

 

게다가 다른 학생들은 둘을 보며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왠지 지선이에게 있었던 일이 되풀이 될려나 보다.

 

지선은 주위 학생들의 눈치가 보여 작은 목소리로 복화술 하는 듯 입을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야 사람이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좀 들어주면 어떠냐~”

 

 

다정이의 말을 들은 지선이가 황당한듯 말을 받아쳤다.

 

 

사람은 무슨.... 그리고 너 화장실까지 따라오는건 좀 아니지 않냐?”

 

 

지선은 볼 일을 보려고 했지만 다정이 계속 따라 들어올려 하자 지선은 다정의 얼굴에 손바닥을 펼치며 오지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알았어 알았어... 그렇지만 이걸로 포기하는건 아니야

 

 

다정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며 사라졌다.

 

그제 서야 지선은 다정이가 사려졌다는 안도감과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에 지긋지긋함을 느끼며 한숨을 내뱉었다.

 

 

진짜 제발 그만 왔으면 좋겠다

 

 

다정의 부탁이 뭐길래 지선이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일까.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다정의 부탁은 말 한마디만 전해 달라는 것.

 

그런데 지선이 거절하는 이유는 그 한마디가 좋아한다라고 남학생에게 전해 달라는 것.

 

, 대신 고백해 달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다정이 직접 말하지 않고 하필 지선에게 부탁한 것.

 

다정이는 겉으로 보면 예쁘고 성격도 좋아서 꽤 인기 있는, 속히 말하는 인싸.

 

반대로 지선은 말 수도 적고 소심해서 친구도 별로 없는 편인데.

 

어째서 다정은 지선에게 그런 부탁을 한 것일까?

 

다정이 남자 앞에만 서면 아무 말도 못하는 그런 것은 아니다.

 

다정이 지선에게 부탁한 이유는, 바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다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말도 들리지 않는다.

 

속히 말하는 귀신.

 

그래서 다른 학생들이 괜히 둘이 대화를 할 때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 것이 아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귀신인 다정을 볼 수 있는 것이 지선의 능력이다.

 

그래서 다정은 지선에게 필사적으로 부탁하는 것이다.

 

자신의 한을 풀기 위해.

 

하지만 지선은 그럴 생각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원망하고 있다.

 

어렸을 적 귀신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가 6, 어린 나이에 지선은 자신이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귀신인 것도 당연히 모르는 나이.

 

그래서인지 동네에는 지선이의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져 있었다.

 

어린 여자애가 허공을 바라보며 대화를 한다거나 다 같이 하는 놀이를 혼자서 한다, 등 이런 소문이 돌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 결과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당연했고 어른들은 귀신들린 아이라거나 정신이 나간 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선이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유년기 생활을 홀로 보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유년기 시절만 힘들면 다행이지 그 소문은 계속 이어져 초등학교에 이어 중학교 때까지 끊기지 않아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친구 하나 없이 지냈다.

 

그래서 지선은 지금부터라도 친구를 만들자며 고등학교도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을 택하고 귀신이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람처럼 조용히 생활하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그 다짐은 깨진지 오래, 자기 대신 남학생에게 고백해달라는 여학생 귀신을 만나서 자신에게 귀찮게 굴고 있다.

 

지선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신세한탄을 다했는지 주위에 다정이 없는 것을 조심스럽게 확인 한 후 화장실에서 나왔다.

 

잠시 후 수업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학생들이 각 자의 반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선생님들이 교실에 들어와 수업을 시작했다.

 

지선이는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책상에 앉아 조용히 필기를 하던 중.

 

그 순간 책상 한 가운데서 갑자기 무언가 튀어 나왔다.

 

 

안녕?”

 

 

다정은 아무 일 없듯 자연스럽게 머리만 내민 상태로 인사를 한다.

 

지선은 책상 한 가운데서 튀어나온 다정을 보고 소리를 지르려 하다 겨우 입을 막았다.

 

하지만 소리가 어느 정도 샌 것 같다.

 

 

얘 무슨 일이니?”

 

아뇨 아무것도 아니예요 죄송합니다

 

 

아무 일 없는 척했지만 다른 학생들은 지선을 보고 수근 거렸다.

 

 

야 방금 뭔 소리 안들림?”

 

몰라 브론즈야

 

이 시XX끼가?”

 

 

그 중 어떤 학생은 쉬는 시간에 복도를 걸으며 혼잣말을 하는 지선을 기억하고 있었다.

 

 

쟤 아까 걔 아냐? 화장실에서 계속 혼잣말 하던 애

 

맞는데?”

 

 

수근 거리는 소리가 커지자 선생님은 교탁을 치며 학생들을 조용히 시켰다.

 

둘은 한 번더 걸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아까보다 더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 너 미쳤어? 너 때문에 놀랐잖아

 

아 미안해 그렇게 놀랄 줄은 몰랐어...”

 

왜 또 나타났는데

 

왜긴 왜야 부탁할려고 왔지

 

부탁을 한다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해도 되는거야? 그리고 하기 싫다니까

 

왜 도데체 왜 하기 싫은거야?”

 

상식적으로 처음보는 남자애한테 가서 지금 네 눈엔 안보이겠지만 내 옆에 있는 귀신이 너 보고 좋아한데 라고 말해 봐 학교 자퇴 사유로 적당하네

 

 

지선의 말이 백번 옳다.

 

처음보는 여학생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될지 뻔하다.

 

게다가 고백해야하는 그 남학생은 흔히 말하는 인싸, 소문 나는 것은 시간 문제.

 

 

그렇긴 하지만 네가 가서 잘 설명하고 내 얘기를 해주면 괜찮지 않을까?”

 

흥 잘도 그러겠다

 

 

지선은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다정은 포기하지 않았다.

 

사람도 아닌 귀신이니 어차피 남아도는게 시간.

 

게다가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손해보는 것은 오히려 지선 뿐이다.

 

도데체 어떻게 하면 이 녀석을 떼어낼수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 의문이 생겼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고백도 못하고 죽어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인가.

 

 

야 궁금한게 있는데

 

오 뭐든지! 다 대답해줄게!”

 

혹시 귀신이 되고 난 후 살아있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런건 아니지?”

 

당연하지 고백 못하고 죽었으니 한이 생겨 귀신이 된거지 제대로 됬으면 이 상태는 아니걸? 아니다 너무 일찍 죽으면 못 먹은게 너무 많아서 귀신이 됬을려나?”

 

그건 그거대로 끔찍하네 그랬으면 나한테 무슨 일을 부탁할지...”

 

그렇지? 이거 쉬운 편이야

 

그럼 살아 있을 때 고백 못한걸 후회해서 죽은거야?”

 

... 그건 아니야

 

그럼 도데체 뭔데?”

 

사실 고백 받은건 나야 그 애가 나한테 먼저 고백했거든

 

뭐 그럼 고백 받았으면 끝이였잖아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그리고 나도 그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어

 

무슨 일?”

 

 

지선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사람이 진심으로 타인을 좋아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 없는 사람은 공감 할 수 없다.

 

그런 지선을 위해 다정은 그 마음을 알려 주고 싶었지만 선생님의 방해로 대화가 끊겼다.

 

 

얘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혼자 하니?”

 

? ... 죄송합니다

 

 

또 다시 모두의 이목이 지선에게 집중 되었지만 선생님이 수업을 다시 이어나가니 다들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수업 시간이 마치는 것을 알리는 종이 울리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실에서 뛰쳐나갔다, 점심 시간이다.

 

학생들이 모두 뛰쳐나가고 반에 남은 학생은 지선을 포함한 몇몇의 학생.

 

다들 느긋하게 급식실로 걸어가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근데 너 아는 애 아무도 없어? 왜 혼자먹어?”

 

야 너 팩트로 사람 때리는거 아니다

 

? 아니 진짜 아무도 없어?”

 

“....”

 

 

다정은 지선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아무 말 없이 상체를 90도 꺾어 사죄를 했다.

 

 

저 다른 애들한테 말 걸어 보는게 낫지않아?”

 

원래는 그럴려고 했는데 누구 때문에 힘들어 졌네요

 

 

다정은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 이번에는 상체를 110도 꺾어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보니 아까 이야기할려다 말았잖아

 

아 맞다 그랬지 그때 그 애한테 고백을 받았어... 학교 뒤에서 직접 만나서...”

 

 

다정은 잊고 싶으면서도 잊기 싫은 자신이 죽었던 시간 때의 일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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