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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분류

13화

본문

강혁의 말을 믿을 수 없어, 얼빠진 얼굴로 쳐다보기만 하고 있는 키르만.

 

그리고 강혁의 입에서 이어지는 말은 더 믿을 수 없었다.

 

 

새로 온 신입이니 여기 계신 대선배님들께서는 일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굴리든 상관 없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본인이 아니니 상관 없다는 듯이 말하는 강혁.

 

하지만 그 동안 뇌에 각인된 두려움 때문인지, 마을 사람들 중 누구하나 섣불리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아직 사람들이 믿지 못하는거 같습니다, 자 키르만씨 앞에 나와서 본인 입으로 직접 말씀하시겠습니까? 무슨 일이든 맡겨만 달라고.”

 

강혁씨... 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제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십니까? 그렇게 보인다면 더 힘든 일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분명 가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다 한다고 했을텐데....”

 

 

키르만의 약점을 제대로 잡고 있는 강혁.

 

키르만은 가문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어딘가 매우 잘 못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현재 강혁에게 있어 키르만은 그저 한낱 노예에 불과한 처지.

 

지금이라도 말을 번복하고 싶지만 그렇게 된다면 평생을 지켜온 기사의 정신을 버리는 셈이 된다.

 

키르만은 할 수 없이 마을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오늘부터 새로 일하게 된 키르만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이곳에 새로 온 신입이라고 소개하는 키르만.

 

자존심을 구겨가며 시키는 대로 했지만 강혁의 성에는 차지 않는 모양이다.

 

 

인사하는 자세가 신입이 아니지 않습니까, 마을 사람들도 아직 경계하고 있고, 자 다시 하는 겁니다, 허리를 완전히 꺾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십시오.”

 

“....! 강혁씨, 해도 너무하시군요 꼭 이렇게까지 해야합니까?”

 

 

머리를 숙이라는 것은 기사에게 있어서 수치심을 주는 것이다.

 

기사가 머리를 숙일 대상은 자신보다 상관인 사람이거나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대상에 한 해서다.

 

강혁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는지 키르만을 협박하듯 설득했다.

 

 

머리를 숙이는게 마음에 걸리십니까? 지금 키르만씨 앞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보다 훨씬 선배입니다, 그러니 선배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인사하는 것은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강혁은 어렸을 때부터 막내라는 이유로 온갖 구박 당했던 것을 그대로 써 먹으며 꼰대의 정석을 보여줬다.

 

 

“.... 안녕하십니까 선배님들!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강혁의 말에 넘어가 허리를 90도로 꺽고 다시 인사를 하는 키르만.

 

기사도에 죽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루기는 매우 쉽다.

 

그리고 그런 키르만을 본 마을 사람들은, 강혁에게 쩔쩔 매는 것을 확인하고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래, 네가 이번에 온 신입이냐?”

 

뭐부터 가르쳐야 하나....”

 

빡세게 굴릴테니 각오해라.”

 

 

소름 돋는 미소를 뛰우며 키르만에게 다가온 마을 사람들, 키르만은 지금껏 전장에서 느낀 공포와는 다른 공포를 느꼈다.

 

 

*****

 

 

일을 시작한지 한 참이 지난 후 쉬는 시간.

 

 

... 강혁 자네 덕분에 이렇게 쉬는 시간도 생기고 참 다행이야!”

 

맞아요, 강혁씨 덕분에 가족에게 가서 이야기 할 시간도 생겼다니까요!”

 

그냥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저렇게 두실 겁니까?”

 

키르만 말인가? 당연하지!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저 녀석도 알아야 해!”

 

 

밭에서 일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휴식을 취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쉴 때 쉬지 못하고 일만 하는 키르만.

 

휴식 시간을 주지 말라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결정이다.

 

 

!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일 해보자고!”

 

 

휴식이 끝나고 다시 한 참의 시간이 흐른 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어떠셨습니까?”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괜찮습니다, 휴식이 없는 것도 지금까지 기른 체력이 있어 할 만 하구요.”

 

그거 참 다행입니다, 계속 고생할 예정이니.”

 

 

*****

 

 

일을 시작한 지 이틀째.

 

아직 휴식 시간이 없어도 꽤 할 만한지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일을 시작한 지 닷새째.

 

아침 일찍 일어나 밤이 되어 잠에 들기 전까지, 며칠 전의 마을 사람들처럼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 쉬지도 못한 채 일만 하고 있다.

 

일을 시작한 지 열흘째.

 

수십 명의 감시하에 있기에 마을 사람들처럼 몰래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고 있다.

 

결국 일을 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는 키르만.

 

강혁은 지쳐 바닥에 주저 앉은 키르만 곁에 서서 마을 사람들에게 말 했다.

 

 

, 이 정도면 되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그래요, 우리는 몰래 쉬기라도 했지...”

 

아직 성이 안풀리긴 했지만...”

 

나도 찬성일세, 이만하면 됐어.”

 

그럼 모두 만장일치인거 같으니, 오늘까지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마을 사람들과 강혁을 보고는 키르만은 의문이 들었다.

 

 

지금 무슨 말을...”

 

자 일은 오늘까지입니다.”

 

?”

 

마을 사람들 모두가 찬성했습니다, 이만하면 키르만씨 당신도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느낀거 같으니 그만하자고.”

 

네 놈이 열심히 해서가 아니다, 강혁 덕분이지.”

 

쉬지 않고 일만 하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이제 알겠죠? 그러니 우리한테 일하라는 소리 그만 해요!”

 

 

촌장이 키르만을 향해 다가와 일으켜주며 말을 걸었다.

 

 

키르만이라고 했나? 이제야 통성명을 하는군, 난 바데라고하네 힘들었을테니 이제 들어가 쉬게.”

 

감사....합니다.”

 

 

키르만은 열흘째가 되어서야 지긋지긋한 일을 끝냄과 동시에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키르만씨는 제가 집으로 데려가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강혁은 키르만을 부축하며 촌장의 집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

 

 

하아... 정말 힘들군요, 내일부터 증거를 모으기 시작하는건가요?”

 

, 증거말인가요? 그건 여기 있습니다.”

 

 

강혁은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흔들었다.

 

 

...그건...!”

 

 

증거라는 소리에 당장 확인하고 싶었지만, 움직이지 않는 몸에 피곤이 몰려와 잠이 들어버린 키르만.

 

 

걱정마십시오, 저도 놀기만 한건 아닙니다.’

 

 

*****

 

 

며칠 전.

 

강혁은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영주가 직접 쓴 문서를 훔쳐와야 했다.

 

 

[아르바, 정말 확실한거 맞나.]

 

[! 그렇고 말고요! 용사님은 준비가 되었나요?]

 

[그래 앞에 도착했다.]

 

[그럼 마자막으로 작전을 다시 설명 드릴게요! 첫 번째 먼저 바르베데프 영주가 사는 저택 앞에 몰래 도착한다! 두 번째 키르만님에게서 들은 보관실의 위치를 용사님의 능력으로 좌표를 알아내 저에게 알려주신다! 세 번째 제가 용사님을 보관실로 텔레포트 시켜드린다! 네 번째 잠입에 성공한 용사님께서는 바르베데프의 인장이 찍힌 문서를 찾으시면 저에게 주신다! 어때요? 완벽하죠?]

 

[그래, 이제 곧 앞이야.]

 

 

강혁은 아르바의 작전대로 이곳에 오기 전, 키르만에게 들은 보관실의 위치를 탐색 스킬을 통해 좌표를 알아냈다.

 

일주일에 한 번, 키르만이 영주를 만나러 갈 때 마다 몰래 빠져나와 보관실을 들렀으니 위치는 틀림 없다.

 

 

[, 그럼 이동합니다!]

 

 

스팟.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어느새 저택의 보관실로 들어온 강혁.

 

바르베데프가 서기관이라 그런지 보관실은 온통 책과 문서로 가득했다.

 

대부분 바르베데프가 직접 쓴 것이라 손에 집히는 것들 족족 인장이 찍혀 있었다.

 

물론 키르만 가문의 관한 것은 파기를 했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봤지만, 조금이라도 비슷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원래 목적인 바르베데프가 직접 쓴 아무 문서를 짚고 아르바를 불렀다.

 

 

[구했다.]

 

 

구했다고 알리자마자 강혁의 눈 앞에 생겨나는 하늘색의 자그마한 구멍.

 

 

[그곳에 넣으시면 된답니다~]

 

 

아르바의 말대로 하늘색의 구멍에 문서를 갖다대자, 문서는 빨려 들어가 허공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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