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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분류

8화

본문

정확한 목적은 적혀있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생기를 되찾으라는 애매모호한 목적만 적혀있는 퀘스트 창.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마을 사람들과 촌장의 말을 종합해보면, 마을의 생기가 없는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쉬는 날 없이 하루종일 일만 하는 사람들, 불편한 점이나 희망사항이 있어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 그리고 그들을 계속 지켜보는 눈.

 

예로부터 노동과 휴식의 적절한 밸런스가 있어야 효율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

 

노동의 기간이 길수록 더더욱 필요할터인데, 마을 사람들을 감시하는 저 남자 때문에 이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점심시간과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직 일만 해야했다.

 

물론 마을 사람들이 가만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모두가 마음을 모아 어떻게든 남자를 설득하려 했지만, 사람이 아닌 인형인듯 표정변화 없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 했다고 한다.

 

그래서 말로는 안된다 싶어 모두가 농기구를 들고 무력 시위를 해보았지만, 평범한 나무 장대를 들고 있는 남자 하나에게 모두 제압 당한 후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이렇게 일만 하고 있다고 한다.

 

 

저 남자 한 명에게 말입니까?”

 

그렇다네... 듣기로는 꽤 높은 귀족 집안 출신의 기사였다고 하던데, 실력이 좋아 왕실 근위대장까지 맡았다고 하더군.. 소문으로는 말이야.”

 

그 말이 사실이라면... 왜 이런 곳에 있는거죠?”

 

나야 모르지, 가문이 몰락했던가 그랬겠지... 뭐 어찌됐든 그런 일이 있은 후로는 바르베데프 영주가 거둬서 부려먹고 있는거고.”

 

 

영주 바르베데프, 현 엘노히 마을의 영주이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바란 마을을 만들어 사람들을 부려먹는 악덕 영주.

 

 

강혁은 일을 시작하며 얻은 정보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싸움이라면 자신있지만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상대로 달랑 장대 하나만을 가지고 제압을 했다하니,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로 해결하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아무리 말해봤자 감정이 없는 인형 마냥, 하루 할당량을 채우라는 말만 하는 사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나 혼자는 힘드니 마을 사람들에게 함께 하자고 설득을 해야하는데, 그럴려면 먼저 호감을 사야겠지.’

 

 

강혁은 일단 마을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감을 사야하는 법, 일만 해야하는 이런 막막한 곳일수록 호감을 얻기는 더 쉽다.

 

 

그래 터무니 없는 할당량 때문에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한다면, 그 할당량을 다 채워주면 되잖아.’

 

 

괭이를 집어들자, 어렸을 때부터 고된 노동으로 다져진 실전압축 근육과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디엔에이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밭 일이 처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안정적인 자세와 정확한 괭이질, 그리고 엄청난 속도, 강혁의 주변에 있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놈은 아주 잘하는구만!”

 

그러게요, 저번에 왔던 녀석을 이틀만에 도망갔는데.”

 

여보~ 나중에 저 놈 밥 좀 많이 챙겨줘.”

 

아이구, 말도 마 당신것도 다 줄테니까.”

 

뭐야?!”

 

하하하하하하!”

 

 

분명 생기가 없다 했지만 서로 간의 농담을 던지는 것을 보면, 환경이 모두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하면 좋겠지만, 분위기를 깨는 한 마디가 들려왔다.

 

 

잡담은 금지입니다.”

 

 

남자의 한 마디에 모두 언제 웃었냐는 듯 정색을 하며 다시 자신이 맡은 일만 할 뿐.

 

그 와중에도 강혁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아무 말 없이 괭이질만 묵묵히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타나는 알림창.

 

 

(새로운 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시뮬레이션 게임 튜토리얼을 시작하시겠습니까?

Y/N)

 

 

분명 괭이질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아무 상관 없는 시뮬레이션 튜토리얼 알림창이 떳다, 바로 새로운 게임 모드.

 

시뮬레이션 게임이란 전반적으로는 현실의 무언가를 비슷하게 따라하고 재현하는데 중심을 맞춘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종류로는 생활,전력,생존,건설,육성,연애 등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데, 만약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새로운 모드를 쓸 수 있다는거면 엄청난 횡재, 아니 그 이상.

 

강혁은 감시하는 남자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튜토리얼을 시작했다.

 

 

(시뮬레이션 게임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당신이 하는 반복적이거나 간단한 행동들을

보다 더 편의성 높게 만들어줍니다.

목표를 설정하여 주십시오.)

 

 

알림창의 말이 끝나자 강혁의 눈에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그대로 가져온 듯 여러 가지 시스템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의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는 물론이고, 눈으로 땅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갈지 쳐다보니 시간까지 계산해주는 편리한 시스템까지.

 

강혁은 자신이 오늘 갈아야할 할당량의 땅을 쳐다본 뒤 선택이라고 마음 속으로 외쳤다.

 

그러자 나타난 시스템의 계산 결과.

 

 

(지금부터 시뮬레이션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예상 시간 120:00)

 

 

예상 시간 두시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강혁이 오늘 갈아야 할 땅의 크기를 보면 절대 두 시간만에 끝날 수 없는 크기였다.

 

강혁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바로 생각이 바뀌었다.

 

힘을 들이지 않아도 멋대로 움직이는 몸과 괭이질 한 번에 주변 땅 전체가 갈리는 말도 안되는 상황.

 

 

뭐야 이거... 엄청 편하잖아.’

 

 

이것이 바로 현실과 게임의 차이, 실제로 현실에서 밭을 가는데 1시간이나 걸릴 것을 게임에서는 그대로 구현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한다면 그 어떤 누구도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편의성을 누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새로 얻은 게임 모드의 효과를 느끼면 감탄하던 중, 강혁의 머릿속에 엄청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잠깐... 시뮬레이션 게임 종류는 농사말고 다른 것도 많은데... 그렇다면 그것들도?’

 

 

지금 당장은 확인할 수 없지만, 만약 강혁의 생각대로 된다면, 세계 최고의 노가다 꾼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자신만의 큰 그림을 그리며, 밭을 간지 5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마을 사람들 모두가 강혁을 보고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으며, 강혁 또한 자신이 지나온 밭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거기다 강혁을 또 놀라게 하는 알림창.

 

 

(반복되는 노동으로 힘과 체력 스탯이 1씩 상승합니다.)

 

 

공들이지 않고 몸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게 왠 떡인가.

 

 

그러고보니, 기본 모드는 RPG였지 그렀다는 건... RPG모드가 사라지는게 아니라 같이 쓸 수 있다는 건가... 이거 엄청난데!’

 

 

새로운 모드가 적용되면서, 기존 모드의 효과가 사라지지 않고 두 가지의 모드 효과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상황.

 

프로토의 실수인지 의도인지 알 수 없지만 최악에서 시작하는 강혁에게는 가장 기쁜 소식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기쁜 마음으로 밭을 갈다보니 금새 두시간이 지났다.

 

 

(시뮬레이션을 완료했습니다.

튜토리얼을 종료합니다.)

 

 

밭을 다 가니 종료되는 튜토리얼.

 

정말 간단한 사용 방법, 하지만 그에 반대되는 엄청난 편의성.

 

강혁은 할 일을 모두 마치고 남자에게 다가가 일을 끝 마쳤다는 보고를 했다.

 

 

다 했습니다.”

 

무얼 말입니까?”

 

오늘 제 할당량 말입니다.”

 

“... ?”

 

 

강혁의 말을 믿지 못하는 남자.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했던가, 강혁은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남자에게 자신이 간 밭을 가리키며 다시 한 번 말했다.

 

 

다 했는데 이제 무엇을 하면 됩니까?”

 

“....”

 

 

남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그 누구도 이 말도 안돼는 하루 할당량을 제대로 끝낸 사람이 없었으니.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남자는 잠시 당황하다 이내 강혁을 쳐다봤다.

 

 

쉬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

 

 

하루 할당량이 끝나 휴식을 취하라는 남자, 하지만 강혁은 자신의 방이 아닌 밭으로 향했다.

 

 

어어... 자네 쉬지 않고 뭐하는겐가.”

 

도와 드리려 합니다.”

 

방금 저 남자가 쉬라고 하지 않았나, 자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끝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힘들테니 어서 쉬게.”

 

괜찮습니다.”

 

 

강혁은 자신을 말리는 노인의 말을 무시하고는 다시 괭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강혁이 생각한 마을 사람들에게서 호감을 사는 법.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나.

 

노인은 강혁을 보고는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강혁을 보며, 마을 사람들은 강혁이 성실하고 착한 청년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퀘스트와 스탯을 위한 것이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않은 채.

 

강혁은 시뮬레이션 모드를 사용하여 밭 전체를 갈기 시작했다.

 

 

(예상 시간 1200:00)

 

 

예상 시간 20시간.

 

혼자 하기에는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이것도 시뮬레이션 덕분이지 없었다면 일주일 내내 밭만 갈아야 했을 것이다.

 

게다가 혼자가 아니라 자신을 제외한 마을 사람들 10명이 같이 밭을 가니, 시간은 더 빠르게 단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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