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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분류

5화 [유령업소]

본문

 

"근데 우리 정확히 뭐하는거야?"

가장 먼저 말을 꺼낸건

라현누나였다.

"그냥...

..그러게요,

도와줄 영혼의 기준이.."

"그냥 고민있다 싶으면

도와주면 되는거지.

뭘 그리 생각해."

역시나 지운이형다운

답변이었지만,

"...너무 포괄적인거 아니에요?"

"대충 그렇게 정해놓고 가자고,

사연 없는 귀신이 어딨겠냐?"

생각해보면 맞는 말 같아서

다들 아무 반박이 없었다.

"그럼, 이건 어때?"

상황을 지켜보던 누나가 말했다.

"그냥 각자 돌아다니면서

사람...아니, 귀신분들 도와주다가

큰 일 생기면 여기로 오는거."

"수현이 너,

회사다녔으면 인기 많았겠다?"

꽤나 설득력 있는 결론에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일단은 뭐 전에도 그랬지만,

그냥 각자 알아서 놀고있어."


 

뭐 그러고 싶긴 한데...

"...뭐하지?"

벌써 아무생각없이

돌아다니기도 몇십분째.

"사람 사는거에 간섭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뭐 다른 귀신들도 안보이네."

라고 말하던 찰나에,

한 여성분이 눈에 들어왔다.

...길을 잃으신건가?

"저기...여기서 뭐하세요?"

"어?"

..귀신이라

인기척이 없나.

"아니...계속 어딘가

불안해 보이시는것 같아서..."

"...불안한 상황이긴 하지..."

라고, 작게 속삭이시는듯한

소리가 귀에 들렸다.

"...저랑 같이 있던 사람들도

다 사연은 있던데.

누구나 그렇듯 무슨 일이 있으시겠죠."

"배려심이 많은 아이구나."

"....그냥 살아서 못한걸

해보고 싶을 뿐이에요."

옛날에는 누군가한테

말도 못걸었을탠데.

"아직 어린애가

뭐 벌써 이러고있어."

"뭐...세상 일은

모르는 거더라고요."

이후 몇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그분이 입을 여셨다.

"...내가 선천적으로

심장이 안좋거든.

그래서 애를 남기고

먼저 갔는데..."

그 다음은 왜인지 알것만 같았다.

"...잔혹한 현실이네요."

"내 아들,

오늘 수술이야."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할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잘 되길 바랄게요."

그녀는 나를 향해

한번 웃어주고선,

다시 앞의 병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계속 앉아있었다.

"...진짜 거지같은 세상..."

왜 불행한 사람만 불행해야 하는가.

왜 우리들은 편히 쉬질 못하는건가.

"...하아, 진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병원 안으로 들어와있었다.

방금 전의 감각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벽을 뚫는 등의 행동은

어렵지 않았다.

"...그나저나, 여기 나 있는곳.."

세상 참 가깝네.

...살아있단 자각이 안되는데

진짜 살아있는건 맞나?

"아, 근데 어딨는지 모르지."

너무 당연한걸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한층 한층 올라가야하나..."

그 후 그분이 눈에 들어온건

불과 몇십초 후였다.

"어?"

"어...또 만났네요?"

설마 내 몸 근처에 계실줄은...

"...같이 얘기나 할까?"


 

"이름이 어떻게 돼?"

그분의 첫 질문이었다.

"저..최시현이에요."

"남자애 이름치고 이쁘네~"

"...뭐라고 불러드리면 돼요?"

"너 편한대로 불러~ 이 나이 되면

그런거 잘 신경 안쓰니까.

이름은 여정이야, 이여정."

너무나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아서 얘기하다보니,

마치 전에도 알던 사이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거 보면 세상 참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응? 왜?"

나는 말없이 내 몸이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주머니는 잠시

놀라시는듯 하더니,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다시 질문하셨다.

"어머, 그러면 아직 살아있는거야?"

"뭐...그런 셈인것 같아요."

어쩌다 이런 판타지같은 내용이

나한테 펼쳐진건지...

"...살아서 못했던걸

해보고 싶다고 했지?"

"...네, 그냥 지금이

더 행복한것 같기도 하고..."

"누구나 그렇듯 사연이 있겠지."

아주머니는 그 말을 하면서

나에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우리의 뒤에서 의사들이

수술실에서 나온건

거의 동시였다.

'제...제 아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우릴 보진 못하지만,

같이 앉아있던 남성분이

다급하게 외쳤다.

수술실 안쪽의 풍경을 바라봤을때,

난 한가지를 확신했고,

돌아서서,

아주머니가 해주었던것처럼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마..."

'다 넘겼어요,

이제 괜찮을겁니다.'

"...축하드려요."

아주머니는 거의 울것같은

표정을 짓고 계셨다.

"진짜 다행이네요, 그쵸?"

"....응."

아무말 없이 앉아계시던

아주머니가 말을 이었다.

"...같이 있던 사람들이

있다고 했지?"

"네, 정확히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착한 분들이죠."

눈앞의 한 영혼은 미련이 사라지는듯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웃을수 있는

그 순수함이 부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네."

"...."

"...그 웃음을 그분들에게도

전해주렴, 시현아."

"....그럴게요,

힘드셨을탠데 이제 쉬세요."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

갓 미련이 없어진 영혼 하나의 자리를

나는 계속 아련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행복할수는 있구나.

우리같은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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